고전환담
윤채근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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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입에 착 달라붙는 필력은 순식간에 사람을 매료시킨다. 이야기는 짧으나 뒷맛이 오래간다.

그가 모는 배에 올라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한산도 앞 바다로 나아가고, 피 냄새 올라오도록 평원을 내달리는 말의 등에도 실려보자.

온갖 나라의 흥망이 눈앞에 펼쳐지고, 거대한 흐름에 속절없이 휘말려 고작 이름 몇 자 남기고 떠나간 옛사람의 행보가 눈에 보일 듯 그려진다.

어느 틈에 내가 읽는 것이 소설인지 역사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된다. 분명히 허구일 것이라 생각하는 한편으로 아무렴, 사실이 아닐 건 또 무언가- 하는 헛된 마음도 품어진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읽을 여유가 없더라도 이 책이라면 괜찮다. 하루 한 편씩 읽는다면 5~10분 남짓, 다 해야 고작 한 달이 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당신, 춥고 긴 겨울밤, 기묘한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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