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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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살아남은 자들에게서 태어난 엘비와 플로라의 생존 일지이다. 일광병(햇볕을 쬐면 심장이 멎는 병) 백신의 핵심 원료인 제왕나비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정확히는 제왕나비 중에서도 "멕시코로 이동하는" 아메리카 제왕나비 종의 비늘이다. 이 백신을 주사 맞거나 음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햇볕 아래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 플로라는 백신의 유효기간을 영구적으로, 심지어 자손에게 유전되는 형질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왕나비 중에서도 이 "멕시코로 이동하는" 아메리카 제왕나비 종이 현재 멸종 위기 종이라는 사실이다. 이유는 뻔하게도, 인간이다. '개발'과 '성장'에만 급급한 인간들의 무분별한 벌목 말이다. 인간으로 인해 그 생의 신비가 밝혀지기도 전에 멸종될 위기에 처한 제왕나비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인간의 생존에 필수 요소가 되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설정 아닌가.

엘비와 플로라는 참으로 인간답게, 의지할 존재가 서로뿐인 절망 속에서도 애써 희망을 놓지 않은 척한다. 끝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정말 세상이 끝나버릴 것처럼, 오늘을 인생의 끝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싸우고 발버둥 친다. 여전히 인간이기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약탈자들과 같이 되지 않고 다시 한번 인간을 믿는다. 다른 인간을 구한다. 다른 인간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희망을 보여준다.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그것은- 결국, 서로를 도움으로써 미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Ps. 책 표지에서 엘비가 이토록 간절한 표정으로 반갑게 맞은 상대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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