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인간과 가장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예술 장르이자 지적 설계물이다. 회화나 문학이 가지는 추상성에 비해 문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는 실리적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런 성격을 가졌음에도 수많은 작가와 장인들은 공예품에 모호한 - 일반인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성을 부여했고, 별도의 설명 없이 작품을 대했을 때 그 공예품에 담긴 작가 개인의 역사나 신념, 의미를 파악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다.<사물의 지도>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출품작들의 도록이자 해설집이다. 물리적 거리의 한계 때문에 작품을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그대신 10명의 큐레이터들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사진으로나마 세계 각국의 공예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종이, 유리, 흙 등 전통의 재료에서부터 폐타이어 등 버려진 폐기물까지 인간의 손이 닿는 모든 재료가 공예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은 늘 경이롭다. 또한 그 형태와 과정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예품들에 담긴 인간의 멸망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 놀랍다. 세대가 다르고 지역이 달라도 인간이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닿아있음이 느껴진다.단 하나,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아름다운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0월 15일까지라고 하니 청주 인근에 사는 분들은 <사물의 지도>를 들고 찾으시면 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