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작가가 러프하게 스케치한 그림들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도살당하고 있을 수많은 개들의 이야기'를.맘 편히 쉬기 어려운 뜬 장에 갇힌 무수한 개들.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개가 눈앞에서 끌려나가 죽임을 당하고 피를 뽑힌다. 내 차례가 바로 다음일지 혹은 여러 날 지난 뒤일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희망이란 없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도살장이 문을 닫고 구조되어 좋은 가족을 만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부일 뿐, 지금도 희망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는 개들이 도처에 있다.'하잘 것 없는'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같은 인간을 존중하기는 더 어렵지 않을까.글자 하나 없이 마음을 울리는 큰 힘. 그 힘이 이 책에 있다. 더는 힘든 이야기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나 현실을 마주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