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에게 일어난 사건임에도 깊이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TV에서 관련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다는데 전혀 몰랐다.) 왜 그 일이 이리도 소홀히 다뤄지는지 의문을 가진 적도 없다. 그것이 참으로 부끄러운 줄을 이제야 알았다. 이 책, <1923 간토 대학살 침묵을 깨라>를 읽은 덕분에.1923년 9월, 간토 지방에 닥친 대지진으로 10만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고 약 340 만명이 이재민이 되었다. 당시 일본 지도부는 사고를 수습할 여력이 없었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을 이용했다. 앞서 이야기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이야기는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민심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된 음모였다! 그러나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당연한 얘기지만 일본의 사과는 없었다. 한국 정부의 사과 요구도 없었다. 학교에서도 이 일을 배운 기억은 없다. 그렇게 모두가 무관심한 사이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다수의 일본인이 포함되어 있다. 오히려 그분들이 주축이 되었던 듯한 느낌도 받았다.이 책은 일본과 한국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왜곡되고 가려진 역사를 바로잡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로 너무 생생한 기록에 소름이 끼쳤으나 그 정도로 학살 현장이 참혹했음이리라.“사죄하지 않으면 불행이 반복될 것이다”한국인도 재일교포도 아닌 순수 일본인들이 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신의 일생을 걸었을까 궁금했다. 이것이 답이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그저 덮어버리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 같은 선택을 하기 쉽다.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그 일은 잘못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같은 잘못이 반복될 때 그 피해는 누구의 몫이라도 될 수 있다.누군가는 왜 자꾸 지난 일을 들추냐고,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고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직까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반성은 커녕 일을 은폐하고 사건의 본질을 숨기려 애썼을 뿐이다. 그러므로 다시 말하건대, “사죄하지 않으면 불행이 반복될 것이다”이제는 간토 대학살을 제대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불행의 반복을 막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