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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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이야기를 멋지게 차용해 일본 고유의 시골 축제와 절묘하게 버무려냈다. 거기다 우주의 성간 이동이라는 SF 요소에 미묘한 로맨스까지, 그야말로 장르의 집합체다.

622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과연 온다 리쿠, 지루할 틈 없이 사람을 몰아간다. 작가의 이런 역량은 <꿀벌과 천둥>에서 이미 겪은 바 있기에 놀랄 일도 아니다.

1장을 채 읽기 전에 공포가 시작됐다. 정체를 안다고 생각했기에, 무엇이 두려울 지 알기에 두려운, 익숙한 것에 대한 공포였다. 하지만 이야기는 내 예측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책 속 세계관에 드디어 적응했을 즈음 또 다른 공포가 다가온다.

변질,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하는 것. 누구보다 변질자에 가까우면서도 ‘인간’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변질에 저항하는 나치를 보며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단지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그렇게까지 애써 살려고 발버둥칠 건 뭐란 말인가. 결국 인간은 특별할 것도 없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자연의 여타의 생물들과 다를 바 없는 종일 뿐일까. 그렇다면 더더욱 잘난 듯이 굴 일이 아닐텐데. 도긴개긴, 도토리 키재기일 뿐.

불멸을 향한 집착, 그것이 인간과 다른 종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르는 그 뒤틀린 욕망. 썩은- 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의 이름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는 작품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면, 주저없이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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