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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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두 개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일상 공유 계정, 하나는 취미 공유 계정이다. 일상을 공유한다고 하지만 아무도 관심 가질 것 같지 않은 시시콜콜한 것들을 일일이 공유하지는 않는다. 5일의 근무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남은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또 그중 반 이상은 집안 일과 관련된 그야말로 '일상'을 위해 소비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SNS에 올라가지 않는다. 일상을 지내는 동안 겪게 되는 특별한 순간- 작게는 맛있는 간식, 귀여운 고양이들, 예쁜 카페, 크게는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순간- 이런 것들이 공유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잘려나간 B 컷에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그나마 A 컷이다 싶은 특별한 것들이 남들에게 보인다. 그것들은 분명히 내 일부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온전한 나를 규정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SNS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그것들은 내 전부가 된다. 작은 조각 몇 개가 나라는 존재를 지탱한다. 그래서 SNS로 이어진 인연은 때로, 어쩌면 자주, 공허하다.


어른인 나도 이럴 진대, 아직 생각과 가치가 정립되지 않은 십 대는 오죽할까. 아이들에게 조그만 네모 화면 속 세상은 그 자체로 현실이다. 진짜 세상은 그 안에 다 담길 수 없음을 모른다. 대부분의 일상은 B 컷으로 버려지고, 그중에서도 깨알 같은 A 컷 몇 개가 그 안에 담긴 전부라는 것을. 심지어 그것이 진짜 A 컷인지, A 컷으로 다듬어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데도 그것은 A 컷이다. 그리고 "그" A 컷이 없는 내 일상은 참 초라한 것이 되어버린다. 가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너를 위한 B컷> 속 선우는 A 컷을 만들어내는 편집자다. 같은 반 친구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도맡았는데, 대부분의 B 컷을 잘라내고 쓸만한 컷을 이리저리 조합해 A 컷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비록 자신은 편집자로서 화려한 조명에서 한참 벗어나 있지만, 자신이 편집한 A 컷 덕분에 채널이 성장해 가는 모습에 희열을 느낀다. 이대로 영상 편집자의 꿈을 키워도 좋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버려진 B 컷들, 혹은 버려야만 했던 B 컷들에 대한 죄책감은 가진 적이 없다. 원래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 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잘려나간 B 컷이 없는 오리지널 영상을 보게 되면서 늘 A 컷으로만 보였던 서빈이 어느 순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껏 알아도 몰랐고 몰라서 몰랐던 B 컷 속에 숨은 진실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청소년 시기에 경험하기 쉬운 여러 문제들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로 풀어가는 능력이 참 멋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를 환상 속 세상에서 눈을 돌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바라는 마음이 얇은 책 한 권에 꼭 들어차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들 중학생이지만 초등 고학년부터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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