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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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너무 특별해서 도무지 잊을 수 없을 것 같고,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죄가 되어버릴, 그런 기분이다. 그럼에도 시간의 힘이 기억을 능가해서 결국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 자체로 나를 괴롭게 한다. 누군가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망각을 신의 축복이라고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책한다.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웃음이 멈춘다. 다시 자책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희미해지는 기억은 죄책감으로 변해 쌓인다.

그러나 잊어버렸다고 해서 특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단지 잊어갈 뿐이다.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특별했던 순간 순간은 어떤 형태로든 내 속에 남아 나를 이뤄간다. 잊어도 괜찮다, 함께 하는 동안 충분히 사랑한 것이니 괜찮다고, 그러니 다행이라고- 그렇게 말해줘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아직도 충분히 괜찮지는 않다. 충분히 사랑했던 게 맞을까, 의심하는 마음이 있다. 그렇다 해도 함께 했던 그 시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겨우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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