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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우리 1 - 인간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을까 ㅣ 멈출 수 없는 우리 1
유발 하라리 지음, 리카르드 사플라나 루이스 그림, 김명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역사를 배우는 진짜 목적은 죽은 사람들의 꿈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야”
(서문 중에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꽤나 유명하다. 심지어 책 표지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읽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게 함정. 돌이켜 보면 한두 번쯤 읽을 기회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용케 피해 다녔다. 솔직히 제목만 들어도 지끈지끈 머리가 아플 것 같지 않은가. 그래도 김영사에서 어린이 버전으로 나온 원고를 출판해준 덕분에 아이를 핑계로 나도 간단하게나마 저자의 생각을 엿볼 기회가 되었다. 김영사 굿, 유발 하라리 굿!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손색없을 수준이다. 인간이 아직 인간이지 않았을(?) 때부터 시작해 어떻게 ‘사피엔스’라는 인류가 되었는지, 동굴에 숨어 다른 짐승들의 위협에 벌벌 떨 뿐이던 연약한 존재가 어떻게 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유일무이한 지구의 지배종으로서 어떻게 지구를 지켜야하는지-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인정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이 상상한 영역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사유해야 했을까.
지나치게 과격해진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토록 해악한 종이 없다고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에뜨랑제’라는 소설에서 저자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어 인간이 정착한 곳에선 어김없이 동물종의 평균 80%가 멸망한다며 비난한다. 유발 하라리 역시 이 책의 4장에서 사피엔스 때문에 사라진 거대 동물들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들 대부분도 알고 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명목 하에 이 땅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인간을 제외한-사실은 인간까지 포함된- 동식물들이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 말이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무조건 사피엔스를 비난하지 않는다. 비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기술하면서도, 그 안에 희망을 깔아둔다. 사피엔스의 잘못을 이유로 사피엔스가 가진 능력을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잘못을 바로잡을 힘이 있음을 강조한다. 사피엔스가 이 땅을 지배할 수 있었던, 오늘날 우리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그 힘.
총 4권 시리즈로 기획되었고 1년에 1권씩 출간할 예정이라는데, 아무래도 못 기다릴 것 같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더라도 ‘사피엔스’를 읽어봐야겠다. 전혀 다른 사상인 듯 하면서도 묘하게 성경과 오버랩되는 부분들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