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때로 세상의 흐름은 '섭리'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이 흘러간다. 비교적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누리며 자란 제인 구달은 형편상 대학에 가지 못했고, 여타의 식자들이 받는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 덕분에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편견 없이 보이는 대로 관찰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연이라면 우연일까. 하지만 나나 제인 구달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이것은 섭리다. 그리고 이 섭리는 제인 구달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침팬지를 특별히 사랑하고 관찰했던 제인 구달에게 침팬지는 인간 이상의 대상이었을까, 혹은 그저 비교 대상 군이었을까. 그가 봤을 때 인간과 유인원은 같은 종류일까, 다른 종류일까. 인간은 유인원에서 진화한 것일까, 별개의 종으로서 진화한 것일까. 이런 것들로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과학과 종교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치고받고 싸워온 것처럼, 진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자기가 가진 쥐꼬리만한 지식을 가지고 싸워대는 것뿐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코끼리는 넓적하고 얇을까, 둥글고 굵을까?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 취해야 할 행동을 제대로 규정하는 것이다. 침팬지가 제아무리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말과 글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종은 현재로서는 인간뿐이다. 그러나 여태 가진 것을 제대로 쓰지 못해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으니,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번 생은 늦었으니 다같이 죽고 말자는 말이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의외로 아직 늦지 않은 것 같다. CBS 라디오에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깨달은 건데, 코로나19 여파로 공장들이 멈추자 오래 걸리지 않아 하늘이 맑아지고 강물이 깨끗해지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목격했다. 인간은 포기하려 하지만 지구는 포기하지 않았고, 인간이 가늠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큰 힘으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희망의 발견"이다.
나 하나 잘 살고 죽으면 그뿐이라는 태도는 침팬지나 사람이나 똑같다는 얘기가 된다. 인간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지각을 가진 인간으로서,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고농축 에너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나를 벗어나 전체를 돌아볼 줄 아는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이것은 입으로만 이야기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책상 앞에 앉아 신의 기적을 기다린다고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행동하는 신앙이며, 제인 구달이 이야기하는 "행동에 관한" 희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