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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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른이 되지만 아무나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의 강렬한 기억과 감정을 공유한 형제간에 있어서 끝까지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것은 특히 어렵다.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다음에야 깨닫게 되는 게 있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은 서로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굳이 듣지 않아도 다 안다고 착각한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각자가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되려 무시하기 십상이고, 정작 해야 할 말은 솟구치는 감정에 부스러지게 내버려 둔 채 해서는 안 될 말들로 서로를 공격한다. 그 이면에는 가족이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 해서 그런 말들에 상처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처를 보듬어주기는커녕 그저 그런 채로 묻어둔 채 그저 시간의 흐름에 자신들을 맡겨버리기 일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깨달을 때 즈음엔 대체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된 후지만,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어쩌면 남은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 때로 그 기회가-몹시 가슴 아프지만- 다른 가족을 떠나보낸 뒤가 될 수도 있다.


닐스, 베냐민, 피에르가 그랬던 것처럼, 흘러간 시간 속에 욱여넣었던 기억과 감정을 어머니의 편지를 계기로 서로 나누고 공유한 끝에 - 비록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 마침내 서로를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열고 나누어야할 누군가가 있다면 더는 미루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것이 엉망이 되기 전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기 전에, 우리가 아직 살아있을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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