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인트 그림감상 - 원 포인트로 시작하는 초간단 그림감상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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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가서 출품작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팸플릿이나 도록을 챙긴다. 근처 커피숍에서 도록을 펼쳐가며 천천히 작품을 재음미한다. 그러다가 전시를 다시 보고 싶거나 한 번 더 보고 싶은 그림이 있으면 전시장을 재방문한다. 이로써 갤러리 순례는 완성된다.
(p6, 머리글 중에서)

작가는 하나라도 충분히 음미하는 ‘슬로 감상’을 권하는데, 이에 필요한 방법으로 ‘원 포인트 그림감상’을 제시한다. “작품의 전체 느낌을 취하되, 기왕이면 작품에 밀착하여 그 안에 구현된 조형요소 중 1~2개, 혹은 1개를 중심으로 곱씹어 보는 것”이다. (p7, 머리글 중에서) 그리고 나 같은 일반인도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도록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는 60여 점의 그림별 감상 포인트를 정리해 주었다.

그림이건 글이건 모든 작품은 작가의 품을 떠나는 순간 자유의 몸이 된다. 작품에 따라서는 보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수십 수백 가지의 해석이 들러 붙는다. 그런 것을 참지 못하는 이도 있지만, 나로선 그건 불가항력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작품을 해석하는게 싫다면 “이건 이러이러한 뜻 외에 다른 건 없소! 땅땅!”하고 못 박아야할 테지만, 그런들 별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아는 것은 꽤 중요하다. 그저 내 느낌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의 시대적, 지리적 배경, 작품에 드러난 작가의 심리 상태, 미술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지간해서 알아차릴 수 없는 작품의 요소들- 이런 정보를 갖춘 상태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그 순간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 든다.

‘단오풍정’을 그저 풍속화가 아니라 에로티시즘의 시각에서 본 적이 있는가? 빛으로 인해 생기는 어두칙칙한 그림자로 오히려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심드렁하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그림이었을 뿐인데 알고서 보면 도저히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관계가 형성’된다. 어린 왕자가 수많은 아름다운 장미꽃 대신 까다로운 ‘나의 장미’를 그리워하듯, 어린 왕자를 만날 시간이 다가올 수록 여우의 마음에 기대가 부풀듯, 작품과 관계가 형성되면 그 작품을 떠올릴 때마다 괜히 기쁘고, 그립고, 어떤 형태로든 만나면 반갑기 그지 없다. 즉 이 책은, 다양한 작품들과 그런 류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그림을 감상하는데 그치지 말고 감상 포인트를 활용해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글을 쓰면서 작품을 더 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하게 된다. 흐릿했던 느낌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p341, 보론 중에서) 이건 아마 내가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읽은 책들의 서평을 남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책을 그저 읽기만 하고 끝내면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 그냥 그랬다” 외에 남는 감상이 별로 없다. 하지만 뭐라도 끄적이기 위해서는 페이지를 좀더 넘겨보게 되고, 한번 더 읽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글로 남기는 일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감상하고 글로 남기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리라. 그저 눈으로 보고 넘어가버리면 아무리 두번, 세번 감상했더라도 결국 그때의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채 산산히 흩어지게 될 것이다. 작품과 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깊이 감상하고, 글로 정리할 것. 이것이야말로 원 포인트 그림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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