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 우리 시각으로 다시 보는 서양미술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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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생각났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집에 그 책이 있었는데, 스스로 활자 중독일 것이다 말하면서도 용케 그 책만큼은 읽지 않았다. (본래 자기 계발서 류를 제일 싫어한다) 그래도 주워들은 바가 있어 대충 어떤 내용일 거다,라는 감은 있다.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이 책, <이주헌의 서양 미술 특강>은 그처럼 나와 다른 세상에서 발전해 온 미술을 이해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나와 같은 일반인까지 폭넓게 접근이 가능한, 미술 입문자용 책이다.


한 나라의 언어가 사용하는 이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것처럼,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에는 반드시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때의 정신이 반영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작품을 통해 그 시대를 느껴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시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작품에 더 깊이 다가갈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고, 작가를 그렇게 만든 시대에 대해 알고, 그런 시대를 불러일으킨 역사의 흐름까지 이해한다면 2차원 평면의 그림이 문득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그런 것이 없이는 제아무리 유명한 그림이라 한들 하품이 날 뿐이다.


하지만 그림 한 장 잘 보겠다고 거창하게 공부씩이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영 골치 아프다. 막말로 내가 대단한 예술가가 될 것도 아닌데 무슨 파니, 무슨 기법이니,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마치 이런 반박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 책은 쉽다. 책 첫머리에서부터 저자는 '어차피 100% 다 알 수 없어, 그냥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알고 이해하면 된다'라고 안심시킨다. 전문 서적처럼 일반인은 듣는 것도 처음인 어려운 용어는 나오지도 않는다. 차근차근, 조곤조곤,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동서양의 문화와 미술의 관계,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짚어준다. 어려운 미술 서적을 읽는 게 아니라 문화 해설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작품을 보고 설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최종장이다. 과연, 17년(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강의 내공은 만만치 않다. 사람을 이렇게 홀리다니!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읽기 시작한 책을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마무리 지었다. 두 시간 남짓, 소설 한 편 읽는 것만큼이나 가뿐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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