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삽시다 쫌! 인생그림책 17
하수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한국 사회는 온통 혐오와 차별에 덮인 듯 합니다. 남혐, 여혐에 이어 맘충이니 틀딱이니 하는 보기만 해도 눈쌀 찌푸려지는 단어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조선 시대에도 꼰대니 세대차니 하는 것들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때는 통신이랄게 없었으니 크게 확대될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타나고, SNS와 같은 네트워크 세상이 전 세대로 확장되면서 이와 같은 갈등은 실제보다 더 부풀려지고 매우 빠르게 우리네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 <같이 삽시다 쫌!>은 비둘기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를 그려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비둘기를 싫어하죠. 비둘기들의 울음소리도 기분 나쁘고, 비둘기가 날아오를 때면 날개에서 온갖 기생충이 떨어진다고 피하기 바쁩니다. 언젠가부터 비둘기에게 모이 주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현수막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평화의 상징이라던 비둘기의 위상은 이제는 더 떨어질 곳도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비둘기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동네에는 머물 집이 없는 들개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집이 있더라도 풀어놓고 키우는 개가 많았어요. 도시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그런 개들을 참아주지 못 하고 모조리 잡아들였어요. 지금은 어쩌다 혼자 돌아다니는 개를 만나면 저도 깜짝 놀란답니다.

고양이도 있지요. 개와 달리 높은 곳으로, 구석진 곳으로 곧잘 숨어드는 능력 덕분에(?) 씨가 마르는 일은 피했지만, 갈 수록 고양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는 높아지기만 합니다. 개 정도의 위력이 없다보니 곧잘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이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곤 합니다.

저는 이런 동물들에 대한 혐오가 결국 사람에게로 확장된 것이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흔히들 연쇄살인마의 시작은 나비, 잠자리 등의 곤충에서 개, 고양이와 같은 작은 동물들을 거쳐 사람에까지 이른다고 말하죠. 혐오 정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배척, 나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분노- 사람을 불편하고 불쾌하는 것들을 싫어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감정이란 것은 늘 확대되고 증폭되기 마련입니다. 시작은 ‘우리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혐오일 지 몰라도, 종국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내가 아닌 전부’에 대한 혐오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은 반드시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를 필요로 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배려하기만 하는 관계는 가족 간이라 하더라도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려 70억 인구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 불편하다고 죄다 없애버리는 일을 언제까지 하면 딱 좋아질까요? 비둘기를 다 없애면, 고양이를 다 없애면, 노인을 다 없애면, 시끄러운 아이들을 다 없애면, 여자를 다 없애면, 남자를 다 없애면, 그런 뒤엔, 뭐가 남을까요?

우리, 같이 삽시다, 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