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사라지다 - 삶과 죽음으로 보는 우리 미술
임희숙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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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은 누구든, 무엇이든 죽는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그 육체를 남기지 않고 이 땅을 떠난 이는 에녹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는다면) 사고하는 존재인 인간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삶과 죽음에 대한 무수한 고찰과 그로 인한 여러 형태의 흔적을 남겼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고미술에 남아있는 바로 그 흔적- 삶과 죽음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적은 곧 역사다. 개인의 것이건 보다 큰 세상의 것이건 우리는 누군가 남긴 흔적을 통해 역사를 읽는다. 까마득히 먼 과거 언젠가 만들어졌던 미술품, 혹은 생활용품들은 그래서 늘 흥미롭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며, 어떤 생각으로 살았던 것일지를 다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기에 보는 이의 상상과 추론이 첨가된다. 상상력이 빈곤한 나 같은 사람은, 그래서 책을 읽으며 모자란 능력을 보충한다.


저자는 하고많은 것 중에 굳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골랐다. 태실을 통해, 무덤 속 그림과 껴묻거리들을 통해, 당대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남겨놓은 고미술품을 통해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던 자세에 대해 상상하고 사유한다. 반드시 죽을 것을 알기에 더 치열하게 살아간 삶들을 바라본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지고 살아가던 사람들, 죽었으나 그대는 살았노라 위안하던 이들, 신분고하와 생물의 종을 막론하고 치열한 삶을 다한 끝에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심하고 담백한 어조로 톺아본다. 이것은 어느 시대에 만들어진 유물입니다, 하지 않고 이것을 만들려면 필요한 것들이 이렇게나 많았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큰 정성을 쏟았겠습니까, 한다.


그저 이름을 아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유물들이 지닌 의미에 눈이 떠지고, 책장 속 그림들을 보며 저자와 같은 마음을 가지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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