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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ㅣ 연시리즈 에세이 5
김보민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0월
평점 :

남편과 나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도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다. 식당에 가면 서로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핸드폰에 깔아둔 배경화면도 각자 자기 것이 최고다. 독서 취향도 극히 달라서 나는 내 책을, 남편은 남편의 책을 읽는다. 용케 부부가 되어 살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우리는 상대의 다름을 내버려두는 편이다. 그거 하나가 잘 맞는 편이라서,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잘 보지 않는 류의 책이다. 문학소녀인 척, 감성이 풍부한 척 하던 고교 시절에는 ‘지란지교’를 읽으며 친구와 도란도란 쪽지를 주고받고는 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연기하는 나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내 취향의 책이 아니다. 그런 주제에 왜 책을 신청했냐면, 남편을 위해서, 랄까. 서평은 내가 쓸 텐데 남편을 위해서라니. 어이없긴 하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내지 못할 줄 알았다. 대충 서평을 쓰긴 해야하니까, 라며 눈에 들어오는 구절을 메모할 요량으로 펼쳐 들었을 뿐이다. 분명 시작은 그런 성의없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1부가 끝났다. 끔뻑끔뻑.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든다, 는 그런 마음, 에 어느새 젖어들어버렸다. 이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하나가 될 수 없다면,
내가 예쁜 하늘이 될게. 네가 나의 구름이 되어줘.
p35
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이 좋으니
당신을 배운다
p52
노래 하나, 음식 하나,
날씨 하나로도 하루가 바뀌는데
당신으로는 나의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릴지도 몰라요
p64
‘홀로서기’의 서정윤 시집을 읽을 때의 기분이 이랬던가. 몽글몽글, 마음이 녹아 내린다. 내 어느 구석에도 이런 감성이 있긴 했나보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1부,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2부, 삶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3부까지, 얇은 책 한권에 온갖 사랑이 담겨있다.
매일 뜨는 태양이 강물을 만나면 반짝 빛나는 물결 위에 일렁이는 것처럼,
매일 오는 하루가 나의 하루를 만나 반짝 잦은 웃음을 빚어내길
p121
성마르게 인생을 살기 바쁜 사람들은 만나기 어려운 순간들, 내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그 마음을 일깨우며, 페이지를 넘긴다. 자꾸 넘긴다. 다시 앞으로 넘긴다. 150 페이지 분량의 책이 길기도 길다.
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이 좋으니 당신을 배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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