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올로구스 - 기독교 자연 상징사전
피지올로구스 지음, 노성두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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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주일을 맞았다. 오늘에 잘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에 책장을 펼쳐본다. 백수의 왕 사자를 비롯해 독수리, 하이에나 등 실재하는 동물들과 시레네, 유니콘 같은 전설의 동물들, 금강석, 마노석 처럼 성경을 통해 친숙한 보석들까지, 총 55종의 자연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사전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묘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상징물로서 다양한 자연물들을 때로 그리스도로, 때로 죄인으로, 때로 우리가 지켜야할 인간상으로 비유하여 성경 구절과 연관 지어 훈계(?)하는 것이 목적인 듯 하다.

이들은 시레네나 켄타우로스에 비해서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덩어리인데다가 조롱거리 밖에 되지 않는 이단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짐짓 그럴싸한 언변을 구사하면서 순진한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도 시레네와 매한가지입니다. 사악한 언변은 좋은 행실을 더럽히는 법입니다.
P. 61 시레네와 켄타우로스 중에서

어투만 봐서는 마치 이솝 우화를 읽는 느낌도 든다. 이솝 그 양반도 툭하면 비유를 끌어와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외치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 읽은 책 이야기다) 한 장당 기껏해야 2~3 페이지 분량, 게다가 글씨도 작지 않아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자개미 같은 건 생각만 해도 웃겨서 대체 이 사람은 어디서 이런 웃긴 생물체를 만들어냈을까 싶은데, 거기에 대한 설명은 피지올로구스의 글 바로 뒷장에 ‘역자주’라는 제목으로 풀어놓았다. 매 장마다 피지올로구스가 어떤 문헌을 참고했는지, 피지올로구스가 얘기하는 성경 구절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적어두어서 애써 성경을 뒤지지 않아도 좋다.(라는 말을 목사님이 싫어할까요?)

Quia vidi Spiritum descendentem quasi columbam de caelo et mansit super eum
성령이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그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았다
P. 153 비둘기 역주 중에서

비둘기는 성경에서 종종 성령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성경에 대해 잘 모르는 비기독교인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기독교 신앙과 거의 한몸과도 같았던 중세 시대의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데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역자 서문에서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책형>을 묘사한 그림에 나오는 검은 새가 까마귀가 아니라 펠리칸이며, 대체 왜 펠리칸이 여기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조류도감보다 피지올로구스를 펼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성서와 더불어 피지올로구스는 중세기에 이미 20여 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파급력이 컸으며, 당시 건축과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국교로서 전 국민이 기독교 신앙을 가졌던 만큼 예술가들 또한 신앙을 바탕으로 예술 활동을 펼치던 시기였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이 남긴 작품 또한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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