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초등 읽기대장
김정숙 지음, 권문희 그림 / 한솔수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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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이니까(으쓱) 똥오줌 소리를 들어도 웃기기보다 혐오가 먼저 올라오고 애써 그것을 감추려고 이런저런 잡지식을 읋어보지만, 아이들은 방귀니 똥이니 하는 말만 들어도 자지러진다. (언제까지 그럴까?) 우영우 9화 에피소드의 주인공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래서 이름이 방구뽕이다. 이 이름만으로 아이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렇게까지 좋을 일이냐 싶지만, 덕분에 글밥 많은 책은 보기만 해도 질색인 우리집 꼬맹이도 이 책, <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는 순순히 받아들었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읽었단 말은 아니다. 총 15장으로 되어있는 책이라 하루에 1~2장씩 읽기로 했다.)

아이들 책이라고 얕보았는데 의외로 내용이 진지하다. 당시 민초들이 살아가던 모습, 신분제에 따른 차별 등도 달샘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달샘이 아버지는 똥오줌을 모아 거름으로 내다 팔던 사람이다. 먹는게 부실한데 똥오줌인들 넉넉할까, 게다가 채소 농사가 늘어나는 바람에 점점 똥오줌(이 단어를 세 번이나 쓸 일인가!) 모으는 일이 여의치않다. 하지만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고 달리 배운 기술도 없다. 하긴 그 시절에는 직업 바꾸는 일이 신분 바꾸는 일 못지 않게 어려웠을 거다. 아이들에게는 비밀이지만, 이렇게나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많이 던지는 엄마는 아니다. 구절마다 콕콕 짚으며 이러쿵 저러쿵 각주를 붙이는 살뜰함도 없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읽고 또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지식이 많은 책이라 좋다. 오줌싸개라 하니 마냥 우스웠는데 사연을 알고 보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달샘이가 가엾고, 가여운 달샘이는 오줌싸개라 모을 오줌이 없을텐데 어떻게 동변군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어서 좋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라도 처음 얘기했던 것보다 더 많이 읽을 수 있을테니까, 라는 검은 마음이다.) 아비가 똥오줌 모으는 사람이라 친구들에게 노상 놀림감이 되는 달샘이지만, 그런 배경이라 오히려 봉침 의원과 함께 임금의 약재 만드는 일에서 도망치지 않아도 되었다.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인생이란걸 다시 한번 알게 되니 더욱 좋다. 하지만 이 좋은걸 아이도 알려면 아직 더 살아야겠지. 그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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