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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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휴가 직전 선물처럼 날아든 책, 《하쿠다 사진관》


지독히도 재수없는 일을 겪은 '제비'가 '하쿠다 사진관'에 취업해 여러 사연을 겪으며 본인의 상처마저 치유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 《하쿠다 사진관》.  얼핏 제목만 봤을 때는 일본 작가가 쓴 책인가 했는데, 실례. 제주 방언이란다. 「하쿠다 - 하겠다, 할 것이다」 -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라나. (다행히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주변 사람 열의 열은 다 나처럼 일본말인줄 알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20대 여성, 게다가 직전의 일터에서는 늘 상사에게 기를 못 펴는 상태였고, 함께 일하던 직장 동생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잘 못 하는 성격인데 정작 하쿠다 사진관에 가서는 마치 물 만난 고기 마냥 사장을 상대로 "그러면 안 된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할 일을 찾아내 척척 진행시킨다.


사진관에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생기는 다소의 어려움 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잘 해결이 될 거라 생각하니 긴장할 필요도 없고, 에피소드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내 마음도 흐물흐물 녹아 내린다. 그래, 이 책은 일상 판타지 소설이고, 힐링 소설이며, 고구마가 별로 없는 사이다 소설이다. 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이 여름,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카페의 편한 자리에 앉아 얼음이 잘그랑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읽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하쿠다 사진관과 함께 한 휴가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출근해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니 제주의 시원한 바람과 맑은 바다가 아른거린다. 문어는 안 좋아하지만 대왕꾸물럭마을 대왕물꾸럭마을은 가보고 싶다. 이런 성격이지만, 제주 토박이들과 마주하며 알아듣지도 못할 제주 방언도 마구 들어보고 싶다. ---- 에잇, 그래봤자 여긴 회사라고!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내 말은 무의미하게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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