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의 어휘 공부 - 나의 말과 글이 특별해지는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우리의 언어 세상을 몇 안 되는 단어가 독식하고 있다. ‘숱하고 허다하며 수많으며 수두룩하고 비일비재하며 하고많고 혼전만전하다’라 말할 수 있는 상황과 대상은 ‘정말 많고, 너무 많고, 진짜 많고, 좀 많다’로 뭉뚱그려 모습을 드러낸다.
- 서문 중에서

본격적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보기도 전에, 서문을 읽다 할말을 잃었다. 저거, 내가 늘 쓰던 말이잖아? ‘와 너무 많다’ ‘지인짜 많다’ ‘끝내주게 많네’ 말 좀 하는 편이라고 어디 가서 자랑의 ㅈ도 꺼내면 안 되겠다.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부끄러웠다.
이 책은 한국인이 많이 쓰는 어휘들 중 오십 가지를 추려내 유사한 다른 대체어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난생 처음 듣는 어휘도 많거니와 ‘아니, 이 말이 이런 뜻이었어?’하고 놀란 어휘도 몇 개 있었다. 그간 얼마나 데알던(대충 알던) 어휘가 많던지, 노트에 정리해보다 접어버렸다. 한 두 개라야 말이지.

이 책 한권 읽는다고 당장 내 어휘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릴 적, 읽을 책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두꺼운 국어 사전을 동화책 읽듯 탐독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전문 작가들 만큼 풍부한 어휘를 갖추진 못 한 것이 그 증거다. 무엇보다 이 책은 소설처럼 몇 번 읽고 던져두면 그만인 그런 책도 아니다. 가까운 곳에 꽂아두고서 ‘지금까지 사용한 문장 중에 바꿔쓸 만한 어휘가 뭐가 있을까?’ 궁금해질 때 언제든 꺼내서 살펴보고, 그 말들이 내 입에 착 붙도록 수시로 사용해줘야할 테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책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쓴 어휘들에 해낙낙해할 날이 오겠지.
지금이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질 봄이면 좋겠다. 그러면 멋있게 ‘창 밖 볕바른 곳에 놓아둔 화분에 여린 싹이 올라온다’ 같은 말을 써볼 텐데. 지금은 여름이고, 여기는 대프리카고,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뜨겁기만 한 토요일이다. 이른 더위에 시달리며 밀린 집정리를 하고 떼꾼한 얼굴로 친구를 만나러 가겠지…
우리의 언어 세상을 몇 안 되는 단어가 독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