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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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포일러나 다름없는 글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게 중요한 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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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것 없는 매일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를 돌보고,

일을 하고 돌아와 다시 고양이를 돌본다.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하루였는데

갑자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남은 날이 길지도 않다.

어쩌면 한달, 어쩌면 일주일.

너무 어이가 없으니(아마도)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미처 다 채우지 못한 마사지 숍의 적립카드가 생각난다.

서른을 다 채우지 못한 인생이란게 고작 이렇다.

하, 하, 하.


그나저나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나를 없애고 하루를 얻는 일이 유쾌하지 않다.

별 것 아니라 생각한 것들이 실은 내 삶의 큰 축이었다.

사라지기 전까지도 미처 몰랐던 특별한 조각들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나를 '어떠한' 누군가로 기억해줄 매개였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겠지"


하루치 생명을 얻기 위해 한 가지씩 잃어갔다.

잃음으로써 잊고 있던 생의 의미를 하나씩 얻었다.


어렵게 그것을 깨달아갈 즈음

마침내,

양배추 - 고양이가 세상에서 사라질 지경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나에겐 고양이였을 뿐,

악마가 지금까지 '실패했다'고 했던 인간들은

저마다 다른 소중한 것을 지키고 떠났을 터이다.

그건 어쩌면 내가 없애버린 전화나,

영화나,

시계였을 지도 모르겠다.


헬렌 켈러가 '물'을 통해 언어의 삶을 찾았듯,

나는 양배추 - 고양이를 통해 가족을 찾았다.

서른, 삶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린 그 때에,

강한 손들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음을,

내 삶이 나를 둘러싼 세상과 결코 단절되지 않았음을,


그리하여-

비로소 삶의 끝에서 생의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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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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