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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회랑 :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작가
다론 아제모을루 외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평점 :
쫓기듯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볼 겨를이 많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앎의 세계가 이전보다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반만 읽고도 난 그것이 가능했다. 이 책을 읽고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모두 노력한다면 분명 그것이 가능하게 되리라 확신했기에 그것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책이라 이름 붙였다.
책을 읽고 생각해볼 만한 점들이 많았다. 예를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정도의 질문으로 압축하여 생각해봤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을까?>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 사례를 최근에는 찾아보기 쉽게 되었다. 바로 '코로나 사태' 때문이다. 예를 들면 'qr코드'로 행적을 조회하는 것, 혹은 신원 조회를 위해 지문을 체취하는 것,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대중화하는 것,인터넷 활동 정보를 수집하는 것,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하는 것 등이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당연한 것들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지키지 않으면 범죄가 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을 정하고 법을 집행하는 역할은 국가다. 사실 개인의 자유라는 것이 참 애매한 논리다. 경우를 따지고 들면 정말 사적 영역을 침해당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누가봐도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인데 개인의 자유 침해라며 손해배상 청구를 들먹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뭐든 간에 그 기준과 정도가 중요한 것이다.
국가가 사회에 개입하여 개인의 자유를 제안하는 경우에는 늘 '그 자유가 타인의 자유에도 침해되었는가'를 같이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다른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이기심이다. 그때에는 이러한 행동이 제한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이를 수행할 수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악용한 경우이니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좁은 회랑'인 이유는 몇 번을 봐도 인상깊었다. 내용 중 자유가 싹트고 번성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둘 다 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중간의 좁은 기로가 바로 이 좁은 회랑이다. 그게 쉽지 않고 많지 않으니 어렵다고 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국가만이 아닌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매일매일 국가적인 규모의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거나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물론 분단 국가라는 점은 논외이긴 하지만), 매 순간 그런 걱정과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새삼 놀라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권력을 가진 쪽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고통의 종류와 정도가 분류되는 듯하다.
공통의 권력에 대해 이 책에선 '리바이어던'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는 코먼웰스(common wealth), 국가(state)라는 단어와도 상통한다. 무정부 상태의 삶을 살아간다면 모두를 두려워해야 하지만 강력한 리바이어던이 존재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두려운 존재는 하나가 된다. 즉 국가가 공공의 권력자가 된다면 그것이 길거리에서 무자비하게 폭행 및 살해를 당할 공포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만큼 희생자들의 죽음이 익숙해진 것이며, 그런 국가에게 미래란 곧 현재의 반복밖에는 답이 없는 것일까라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다양한 형태와 문화의 국가가 존재하지만 국가가 영향력을 가지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를 갖을 때라야 그 국가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가진 권리를 지나치게 남용한다면 개인은 사적 영역에서 침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례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좁은 회랑으로 가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었다. 그리고 그게 정말 맞는 답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닌 더 넓은 세상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이 책이 크게 일조했다. 덕분에 이웃 나라의 역사를 더 많이 찾아보며 읽기도 했고 차이점을 머릿속으로 더듬어보며 그래프의 어느 쪽에 속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 자체로 이미 이 책은 내 식견에 플러스가 돼 줬다.
<국가의 시장경제 개입은 경제적으로 득일까 실일까?>
국가가 경제적인 측면에 의해 시장에 개입해야 할 경우에는 여러 이유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가령 독점기업의 횡포, 보험, 부동산 등. 이러한 기본적인 의무를 제외하고, 독재적으로 성장한 국가의 경우를 가늠해보면 시장개입을 당연하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독재적으로 성장한 국가는 경제적으로 손실을 일으킬 확률이 크다. 전형적인 부패구조가 형성될 것이며 계층 간의 차별이 심화되어 일부 계층에서는 착취가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뒤틀린 경제적 유인 현상이 벌어질 것이며 이는 특정 계층의 독점으로 이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많은 역사가 그 증거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면 국가의 적극적 개입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가 팽배하고 국민들은 고통받을 것이다. 사회가 부여한 '족쇄'를 찬 국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경제에 소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국가가 경제권을 쥐고 호령하려 든다면 결국 남는 것은 국민들의 불신과 국가의 패망 뿐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좁은 회랑은 커녕 수식 안에 포함도 되지 못할 입장이 되고 만다. 경제적인 득실을 따져보기 전에(사실 개입의 정도에 따라 득과 실의 크기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개입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주체, 그리고 그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액을 적절하게 가늠해본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질문할 거리들, 궁금한 점들을 자꾸만 생각해보게 되고 찾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장장 900여 쪽이 된다고 한들 한 장 두 장 넘길 때마다 우리의 지식의 폭은 두 배씩 늘어나게 될 텐데 뭐가 두려운가.
권력은 확실히 자유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 P50
이 책의 주제는 자유(Liberty)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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