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로니무스는 이런 유명한 말로 번역관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 나는 그리스어에서 번역을 할 때—물론 구문 자체에 신비가 담긴 성경은 예외로 하고—단어에서 단어로 옮기는 게 아니라 의미에서 의미로 옮긴다고 인정할 뿐 아니라 거리낌 없이 공포한다.15

-알라딘 eBook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중에서 - P49

*흠정역 성경(King James Bible)을 비롯해 이후에 나온 영어판 성경은 틴들의 번역을 크게 참고했다. 틴들의 영향으로 생겨난 영어 단어도 있다. 한 예로 속죄를 뜻하는 단어 ‘atonement’는 틴들이 처음 종교적 의미로 썼다. ‘atone’이라는 동사도 파생되어 쓰이지만 ‘atonement’는 본디 ‘atone’과 접미사 ‘-ment’가 합해진 단어가 아니라 전치사 ‘at’과 ‘onement(하나임)’가 합해진 단어다.

-알라딘 eBook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중에서 - P52

*돌레는 훌륭한 번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항목을 열거했다. 원작에 대한 완벽한 이해, 출발어와 도착어 양자의 숙달, 축어적 번역 기피, 이해하기 쉬운 구문, 문체에 대한 감각. 현대 번역가가 귀감으로 삼기에도 손색없는 원칙이다.16

-알라딘 eBook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중에서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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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별한 생각 없이,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걸을 때* 사실 땅이 이끄는 대로 걷게 된다. 다시 말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환경이 우리가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정해준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6

예술적 실천, 또는 적어도 심미적 태도(미적 경험에 필요한 심적 상태 — 역주)의 관점에서 걷기를 관찰하려면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플라뇌르flaneur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플라뇌르는 도시 생활 속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것들을 마주하는 산책자다. 표류하며 걷는 것이 예술적 표현과 탐구의 도구가 되면서 여정을 핵심으로 삼는 예술 운동이 등장했다. 바로 대지 예술land Art이다. 이 운동은 1968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그룹전 <어스워크Earthworks>에서 시작되었다. 대지 예술의 본질적인 목적은 예술적 감각으로 풍경을 수정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먼저 환경을 탐색하고 해석하며, 그 다음 구체적인 개입을 시도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7

대지 예술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통제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환경을 조작하는 것은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대지 예술 작품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닳고 자연의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사라지는 일시적인 성격을 띤다. 도시의 모습처럼 자연도 자신만의 길을 만든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8

두 번째는 더 중요하다. 바로 시간의 흐름, 노년의 흔적, 죽음의 지배. 누렇고 약한, 지워지지 않는 주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종이가 오래되면 누렇게 바래고 부스러지기 쉬우며 묵은 책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는 산화 과정 때문이다. 빛에 오래 노출되면 산화 속도가 빨라지고, 곤충이나 미생물 같은 매개체의 활동도 산화에 영향을 미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31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이라는 제목은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Rosalía de Castro의 책 《En las orillas del Sar(사르 강변에서)》에 수록된 시 〈Una luciérnaga entre el musgo chispea(이끼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이끼 속에서 반딧불이가 빛나고
저 높은 곳에서 별 하나가 반짝인다.
위에도 심연이 있고 아래에도 심연이 있다.
결국 사라지는 것은 무엇이며 남는 것은 무엇인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탐구하고 좇는 것은
어찌나 헛된 생각인지, 오, 과학이여!
끝에 다다를 때마다 우린 외면했다.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이 무언지.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39

정보는 잘 정리되었을 때 지식이 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당연히 주기율표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 분자의 모형, 오비탈, 구조, 결합은 원자를 우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것은 이미지와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는 구체적이며 정교한 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3

음악과 화학 사이엔 경이로운 관계성이 있다. 원소를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배열했더니* 여덟 번째 원소는 첫 번째 원소와 성질이 비슷했다. 이를 두고 ‘옥타브의 법칙The Law of Octaves’이라고 했다. 화학 원소의 성질과 음계의 구조 사이의 그러한 관계는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옥타브의 법칙은 칼슘calcium, Ca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다웠는데, 정말 안타깝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4

과학이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가 ‘아름다움’이라면 두 번째는 ‘진리’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6

나에게 진리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개념이다. 아름다운 것의 반대는 못난 것이 아닌 틀린 것이다. 현재 과학에서 ‘진리’라고 하면 대개 ‘합의에 의한 진리consensus truth’를 뜻한다. 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가 내린 정의다. 이 정의는 현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가장 부합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7

과학의 세 번째 가치는 선이다. 여기서 선이란 단순히 좋은 것이 아니라, 널리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화학은 에너지 접근성을 보장하고, 건강에 좋고 안전한 식량을 제공하고, 기아와 빈곤을 해소하고,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학문이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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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색은 빛의 어느 부분을 흡수하고 흡수하지 않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빛, 그러니까 가시광선 속에는 모든 색이 존재한다. 백색광이 물방울을 통과할 때 나타나는 무지개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햇빛은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구성하는 모든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프리즘이나 물방울 같은 매개를 통해 각 색으로 분해될 수 있다. 빛 속에 있는 각 색깔은 파장이라는 매개 변수에 의해 구분된다. 바다가 파도를 타듯, 빛도 파동을 타고 이동한다. 이 파동은 계곡과 능선이 반복되는 구불구불한 줄처럼 생겼고, 파장은 이름 그대로 파동의 길이를 의미하며 파동의 꼭짓점 사이의 길이다. 빛의 파장은 10억 분의 1미터 단위, 즉 나노미터로 매우 짧다. 파장이 짧은 색으로는 보라색과 파란색, 파장이 긴 색으로는 주황색과 빨간색이 있다. 줄의 한쪽 끝을 잡고 흔들면, 강하게 흔들수록 꼭짓점 사이의 간격이 가까워진다. 이와 같은 원리로,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파장이 짧은 보라색과 파란색의 광선이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16

클랭은 ‘빛낸다’는 것을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빛낸다는 건 빛을 비추고, 색을 입히며,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는 행위다.‘빛낸다’는 그 표현은 푸른색과 어쩌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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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영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버렸잖아요. 미리 말씀드려두지만, 그래도 전쟁 같은 건 없다고 하시거나 반그리스도의(정말 저는 그자가 반그리스도라고 믿고 있어요) 추악하고 무서운 소행을 변호라도 하실 생각이라면, 저는 당장 당신과 절교하겠어요. 당신은 더이상 제 친구도, 당신이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제 충실한 노예도 아녜요.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어요. 제가 당신을 놀라게 해드린 것 같군요. 자, 앉아서 말씀을 들려주세요."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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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전념하는 시기를 보내고 난 지금,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예술의 역사는 푸른색, 특히 이브 클랭이 늘 사용했던 울트라마린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12

이브 클랭은 푸른색을 "보이지 않다가 보이게 된 색"이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은 푸른색과 무척 어울린다. 푸른색은 과학, 예술, 심지어는 언어에서도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던 색이었다. 푸른색은 언어가 진화하면서 나중에 등장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바다의 색을 푸른색이 아닌 "포도주처럼 검은색"이라고 묘사했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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