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별한 생각 없이,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걸을 때* 사실 땅이 이끄는 대로 걷게 된다. 다시 말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환경이 우리가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정해준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6
예술적 실천, 또는 적어도 심미적 태도(미적 경험에 필요한 심적 상태 — 역주)의 관점에서 걷기를 관찰하려면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플라뇌르flaneur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플라뇌르는 도시 생활 속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것들을 마주하는 산책자다. 표류하며 걷는 것이 예술적 표현과 탐구의 도구가 되면서 여정을 핵심으로 삼는 예술 운동이 등장했다. 바로 대지 예술land Art이다. 이 운동은 1968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그룹전 <어스워크Earthworks>에서 시작되었다. 대지 예술의 본질적인 목적은 예술적 감각으로 풍경을 수정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먼저 환경을 탐색하고 해석하며, 그 다음 구체적인 개입을 시도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7
대지 예술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통제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환경을 조작하는 것은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대지 예술 작품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닳고 자연의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사라지는 일시적인 성격을 띤다. 도시의 모습처럼 자연도 자신만의 길을 만든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28
두 번째는 더 중요하다. 바로 시간의 흐름, 노년의 흔적, 죽음의 지배. 누렇고 약한, 지워지지 않는 주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종이가 오래되면 누렇게 바래고 부스러지기 쉬우며 묵은 책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는 산화 과정 때문이다. 빛에 오래 노출되면 산화 속도가 빨라지고, 곤충이나 미생물 같은 매개체의 활동도 산화에 영향을 미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31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이라는 제목은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Rosalía de Castro의 책 《En las orillas del Sar(사르 강변에서)》에 수록된 시 〈Una luciérnaga entre el musgo chispea(이끼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이끼 속에서 반딧불이가 빛나고 저 높은 곳에서 별 하나가 반짝인다. 위에도 심연이 있고 아래에도 심연이 있다. 결국 사라지는 것은 무엇이며 남는 것은 무엇인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탐구하고 좇는 것은 어찌나 헛된 생각인지, 오, 과학이여! 끝에 다다를 때마다 우린 외면했다.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이 무언지.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39
정보는 잘 정리되었을 때 지식이 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당연히 주기율표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 분자의 모형, 오비탈, 구조, 결합은 원자를 우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것은 이미지와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는 구체적이며 정교한 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3
음악과 화학 사이엔 경이로운 관계성이 있다. 원소를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배열했더니* 여덟 번째 원소는 첫 번째 원소와 성질이 비슷했다. 이를 두고 ‘옥타브의 법칙The Law of Octaves’이라고 했다. 화학 원소의 성질과 음계의 구조 사이의 그러한 관계는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옥타브의 법칙은 칼슘calcium, Ca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다웠는데, 정말 안타깝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4
과학이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가 ‘아름다움’이라면 두 번째는 ‘진리’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6
나에게 진리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개념이다. 아름다운 것의 반대는 못난 것이 아닌 틀린 것이다. 현재 과학에서 ‘진리’라고 하면 대개 ‘합의에 의한 진리consensus truth’를 뜻한다. 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가 내린 정의다. 이 정의는 현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가장 부합한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7
과학의 세 번째 가치는 선이다. 여기서 선이란 단순히 좋은 것이 아니라, 널리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화학은 에너지 접근성을 보장하고, 건강에 좋고 안전한 식량을 제공하고, 기아와 빈곤을 해소하고,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학문이다.
-알라딘 eBook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중에서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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