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년 ―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말을 타고 다가가는 나를 보고 그의 시꺼먼 두 눈이 눈썹 아래에서 미심쩍게 찌푸려지는 것을 봤을 때, 그리고 내가 이름을 대자 그의 손가락들이 잔뜩 경계하며 조끼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을 때, 내 가슴이 얼마나 그에게 호감을 품었는지 그는 상상도 못 했으리라. - <폭풍의 언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77982 - P4

워더링 하이츠란 히스클리프 씨의 집 이름이다. ‘워더링’이란 이 지방에서 쓰는 함축성 있는 형용사로, 폭풍이 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하는 말이다. 정말 이 집 사람들은 줄곧 그 꼭대기에서 일 년 내내 그 맑고 상쾌한 바람을 쐬고 있을 것이다. 집 옆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전나무 몇 그루가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이나, 태양으로부터 자비를 갈망하듯이 모두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늘어선 앙상한 가시나무를 보아도 등성이를 넘어 불어오는 북풍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다행히 이 집을 지은 건축가는 그것을 감안하여 튼튼히 지었다. 좁은 창들은 벽에 깊숙이 박혀 있고 집 모서리는 크고 울퉁불퉁한 돌로 견고하게 되어 있었다. - <폭풍의 언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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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히스클리프 씨에게는 그의 거처나 생활양식과는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데가 있었다. 얼굴은 집시처럼 검지만 차림새와 태도는 신사이다. 신사래야 시골 유지 정도의 신사로, 단정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나 잘생기고 곧은 체구라서 아무렇게나 하고 있어도 어색하지는 않고, 약간 침울한 편이었다. 아마 사람에 따라서는 그를 얼마만큼은 천한 자존심을 풍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음속에 공감하는 바가 있어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가 무뚝뚝한 것은 감정을 야단스럽게 드러내 보이는 것, 이를테면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내보인다든가 하는 것이 싫어서라는 것을 나는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랑이라든가 미움의 감정을 똑같이 마음속에 접어두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사랑을 받는다든가 미움을 사는 것을 대단치 않은 일로 여기리라. - <폭풍의 언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77982 - P10

그녀의 몸은 호리호리하고 아직 처녀티가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토록 아름다운 자태와 기막히게 예쁜 얼굴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희디흰 살결, 곱다란 목덜미에 흩어져 있는, 황갈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금빛이 나는 곱슬머리, 그리고 두 눈은 표정만 상냥했던들 사람을 매혹시키고 말았을 것이다. 다정다감한 나의 마음을 위해서는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눈이 나타내고 있는 감정이란, 그 눈매에는 이상하게도 어울리지 않게, 경멸과 일종의 절망 사이를 방황하는 것 같았다. - <폭풍의 언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77982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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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로 결심하기19년 전, 노라 시드는 베드퍼드에 있는 헤이즐딘 스쿨의 아늑하고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노라는 낮은 테이블 앞에 앉아 체스판을 응시했다.

-알라딘 eBook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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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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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고 싶던 마음과 혼자라는 외로움이 엇비슷해질 정도가 되면 나는 어느새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가끔은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오고 싶을 때도 있었다. - <자존감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4247171 - P102

그렇게 혼자 다니던 여행을 끝낸 건 외로움이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다. 조바심. 내가 없어져도 세상이 나를 찾지 않는다는 생각에 조금씩 조바심이 났다. 나 하나 없다고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는 자유로워졌지만 그만큼 불안했다. 가끔은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게 돌아가는 세상에 마음이 서럽기까지 했다. - <자존감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4247171 - P102

실제로 외도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 보면 상당수가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그들이 죄다 넘치는 바람기를 주체할 수 없어서, 성욕이 남아나서 일탈을 하는 게 아니란 뜻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본능이 그들도 모르는 사이 일탈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면이 있다. 가족이 인정해주지 못한 자신의 가치를 밖에서 찾는 것이다. - <자존감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4247171 - P105

한 곳에서 존재감을 확인받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의 문제로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 <자존감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4247171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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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들은 시지프에게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올리는 형벌을 과하였다. 그러나 이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로 말미암아 다시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이었다. 무익하고도 희망 없는 일보다도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신들이 생각한 것은 일리 있는 것이었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89

이 신화가 비극적이라면, 그것은 이 영웅이 의식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공의 희망이 그를 지지한다면 그의 고통은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오늘날의 노동자들은 그 삶의 매일매일을 같은 일에 종사하는데, 그 운명도 역시 부조리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의식적이 되는 그 드문 순간에 있어서만 비극적이다. 신들의 프롤레타리아인 무력하고도 반항적인 시지프는 그의 비참한 조건의 전모를 알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그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비참한 조건에 대해서이다. 아마도 그의 괴로움을 이루었을 그 통찰이 동시에 그의 승리를 완성한다. 멸시로써 극복되지 않는 운명은 없는 것이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2

"이렇게 많은 시련에도 나의 고령과 내 영혼의 위대성은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이 좋다고 판단하게 한다." 이렇듯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는 도스토옙스키의 키릴로프처럼 부조리한 승리 형태를 제시한다. 고대의 예시가 현대의 영웅주의와 결합한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3

그러나 세계는 단 하나뿐이다. 행복과 부조리는 같은 땅의 두 아들이다. 이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잘못은 행복이 필연적으로 부조리한 발견에서만 생긴다고 말하는 데 있을 것이다. 부조리한 감정도 마찬가지로 행복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4

시지프의 말 없는 모든 기쁨이 거기에 있다. 그의 운명은 곧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는 그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조리한 인간은 자기의 고통을 바라볼 때, 모든 우상을 침묵하게 한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4

부조리한 인간은 긍정적으로 대답하며, 그의 노력은 끝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운명은 있지만, 그 운명이 숙명적이고 경멸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 있을 뿐, 더 우월하거나 더 열등한 운명은 없는 것이다. 그 외의 것에 대한 인간은 그의 일상생활의 주인이라는 것을 안다. 인간이 그 삶으로 되돌아가는 이 미묘한 순간, 그의 바위로 되돌아오는 시지프는 자신에 의해 창조되고, 기억의 눈길 아래 통일되고, 곧 죽음에 의해 봉인(scellé)될 그의 운명이 되는 연결 없는 이 행위의 연속을 바라본다. 그리하여 인간적인 모든 것이 모든 인간의 근원을 확신하는, 보고 싶지만 밤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아는 이 장님, 그는 늘 움직이고 있다. 바위는 또 다시 굴러떨어진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5

산꼭대기로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해보아야 한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5

이미 우리는 시지프가 부조리한 영웅이란 것을 이해했다. 그는 그의 정열로써만이 아니라 고민으로 말미암아 부조리한 영웅인 것이다. 신들에 대한 그의 멸시, 죽음에 대한 증오, 사려에 대한 정열은 온갖 존재가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는 것에 노력해야 하는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을 초래했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191

내가 작품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명확한 플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먼저 부정(否定)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세 가지 형식으로, 즉 소설 분야에서는 《이방인》, 극(劇)으로서는 《카리귤라》와 《오해》, 사상에서는 《시지프의 신화》가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말하자면 그것은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역시 나는 세 가지 형식으로 긍정(肯定)을 예상했었습니다······ 소설로서는 《페스트》, 극으로서는 《계엄령》과 《정의의 사람들》, 사상으로는 《반항적 인간》이었습니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219

그리하여 마침내 카뮈는 부조리에서 세 개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반항(révolte), 자유(liberté), 열정(passion)이 그것이다. - <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5481711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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