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골목길은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진 다양한 체험이 있는 길이고 휴먼 스케일human scale7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32

우리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특별한 골목길의 공간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는 도시계획자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구릉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군락에 의해 만들어진 소중한 유산이다. 골목길은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환경이 서식하는 갯벌과도 같은 존재다. 반면 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간척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땅을 만들기 위해 갯벌을 메우고 간척 사업을 했다. 지금은 자연의 보고인 갯벌을 메우고 간척지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선택인지 알고 있다. 지금 도시에서 갯벌과 같은 골목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갯벌의 생태계처럼 오랫동안 사람의 생활이 만들어 낸 골목길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33

이언 모리스는 『가치관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에너지를 취하는 경제 시스템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수렵 채집 시대에는 부족이 함께 사냥하고 나누어야 했기 때문에 평등 사회가 만들어졌으며, 농경시대에는 재산 축척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계급사회가 만들어졌다는 식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34

이와 같은 의인화된 시선으로 건축을 바라보면 무기물 덩어리에 불과한 건축물도 마치 의식을 가지고 본인이 철거되지 않고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에 맞춰 모습을 바꾸며 진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런 진화 현상을 ‘리모델링’, ‘리사이클링’이라고 부르고 최근 들어서는 ‘업사이클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37

건축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래된 화두가 있다. 루이스 설리번이라는 근대건축의 첫 장을 장식한 건축가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형태는 특정한 기능을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우리가 자연을 관찰하면 이 말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알 수 있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높은 나뭇가지의 잎을 따 먹기 위함이고, 가자미의 눈이 한쪽 면에 두 개 붙은 것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바닥에 붙어 살다 보니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서 그렇게 된 것이다. 자연의 디자인은 이렇듯 필연적 이유에서 발생한 결과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 아주 유용한 철학이다. 자동차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기능적 이유에서 엔진과 네 개의 바퀴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와 프로펠러도 기능적 이유에서 생겼다. 처음 만들어지는 것의 디자인은 이처럼 ‘기능’에 근거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39

하지만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명제가 항상 성립되지는 않는다. 런던의 화력발전소로 사용되다 더 이상 쓸모없어져 문을 닫은 건물이 시간이 지나 ‘테이트 모던’이라는 미술관이 되었다. 최초의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의 형태에 맞게 디자인되었지만 커다란 증기터빈이 있던 자리는 이제 미술관의 전시 공간으로 바뀌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좋은 예다. 원래 기차역으로 사용되던 이 공간은 기차 엔진이 강력해지면서 길어진 객차를 수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기존 플랫폼이 짧아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게 된 것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곳은 사용되지 않고 버려져 있다가 수십 년 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초에 건축물을 계획했던 목적과 달리 시대가 변하면서 건축물이 필요 없어질 때가 생기는데, 그때 건축물이 그대로 있으면 철거되고 소멸된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 그 건축물은 그 시대의 필요에 맞게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한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말이다. 테이트 모던과 오르세 미술관 모두 주어진 건물 형태에 맞추어 새로운 기능을 덧입은 경우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40

사실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그러니 내가 다 쓰고 나면 후손들이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업사이클링도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현재 지구상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 개체 수가 있고 모두가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어느 때보다 나누어 쓰고 다시 쓰는 업사이클링이 필요한 때다. 우리 시대에 태어난 건축물은 다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진화의 몸부림을 치게 될지 궁금하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42

상대를 존중하고 나의 개성을 표현하면서 앙상블을 만드는 것이 재즈와 결혼과 리모델링의 공통점이다. 독주나 독신이 가능하듯이 건축도 혼자서 멋질 수 있다. 어쩌면 혼자가 더 폼 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좋은 결혼을 통해 좋은 가정과 좋은 자녀가 탄생하듯이 잘 이루어진 리모델링은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리모델링 건축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담긴 건축이다. 바로 그 시간이 감동을 준다. 리모델링은 과거와 현재의 건축가가 시간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타임 슬립 드라마이며, 두 건축가가 펼치는 이중주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50

이처럼 무거운 건축물은 권력을 과시하는 장치다. 반대로 가벼운 건축물은 아무런 권력을 나타내지 못한다. 몽골제국의 텐트는 가볍다. 그래서 텐트는 아무런 권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반면 농업경제에 기반을 둔 로마인들에게는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문명으로부터 물려받은 건축 문화가 있었다. 로마인들에게는 무거운 콜로세움을 건축했고 그것을 바라보는 정복지의 원주민들은 로마 군대가 철수한 다음에도 감히 로마제국에 도전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원주민들은 그런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본 적도 건축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축 문화의 유무가 두 제국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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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는 마음의 씨앗.
지금의 마음가짐이 씨앗이 되어
그 모든 결실을 뒤바꾼다.
The heart is the seed of the heart.
Your current disposition
becomes a seed
that makes all the difference. - P133

혼자면 너무 외롭고
둘이면 불안하지만
시작은 작아도 셋이면 충분하다.
Too lonely alone, uncertain if two,
but even with small beginnings
three is ample. - P135

비울수록 새 힘이 차오른다.
The more you empty out,
the more strength comes rising. - P136

한 사회가 무너지기 전에
먼저 사람이 무너지고
한 사회가 바로 서기 전에
먼저 사람이 일어선다.
Before a society falls
first people fall,
and before a society is set upright
first people rise up. - P139

정치의 본질은
약한 자 힘주고
강한 자 바르게.
The essence of politics:
Giving power to the weak,
setting the powerful straight. - P141

나만을 위한 나일 때
아 나는 얼마나 작으냐.
When I exist only for myself,
alas, how small I am. - P143

관심에는 총량이 있다.
우선순위를 바로 하기.
단념할 것을 단념하기.
Interest has limits.
Establishing priorities.
Giving up
what is to be given up. - P145

그냥 걸어라.
첫걸음마 하는 아이처럼
내 영혼이 부르는 길을
그냥 걸어라.
Just start walking.
Like a baby taking its first steps.
Just start walking along the path my soul calls for. - P147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봄.
마음의 눈을 뜨고 미리 보는 봄.
In the spring there are
many things to see.
A season for seeing
the as yet unseen.
The heart‘s eyes open,
see the future spring. - P149

온몸으로 살아낸 하루는
삶의 이야기를 남긴다.
나만의 이야기가 없는 하루는
살아도 산 날이 아니다.
A day lived thoroughly
leaves behind tales of life.
A day without tales of myself
was lived yet not lived. - P151

욕망은 절제될 수 없다.
더 높은 차원에서
전환될 수 있을 뿐이다.
Greed cannot be controlled.
It can only be shifted
from a higher level.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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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명의 MC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히어로 영화는 현대사회의 탈중심 현상을 보여 주는 한 예다. 과거에는 어느 것 하나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배경이 되는 식의 수직적 위계가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중심이 있는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 컴퓨터가 있었다면 지금은 여러 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시대인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71

이런 골목길 같은 관계망을 어려운 말로 ‘리좀’이라고 부른다. 리좀rhizome은 감자나 고구마 같은 식물의 뿌리 모양을 지칭하는 말인데, 건축에서는 골목길 망처럼 여러 갈래로 엮여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73

<라디오 스타>가 ‘탈중심’의 현대사회를 보여 준다면 <마리텔>은 현대사회의 ‘경계의 모호성’을 보여 준다. 현대사회에서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그 공간이 화장실인지 사무실인지 모호해진다. 우리는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기도 한다. 카페는 친구와의 만남의 장소도 되고, 도서관도 되고, 사무실도 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친구와 채팅을 하면 그 공간은 사무실이면서 동시에 사적 공간도 된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공간이 여러 가지 중복된 기능으로 사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사무실은 사무실, 카페는 카페, 도서관은 도서관으로 확연하게 기능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특정 공간이 어느 하나만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공간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휴대폰도 과거에는 버튼과 스크린으로 구분되어 있었다면 지금의 스마트폰은 화면이 스크린이 되기도 하고 키보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는 하나가 다중적인 기능을 갖는다. 경계의 모호성은 공간과 기기를 넘어 인간에게까지 확대된다. 점점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노인과 청년의 구분도 사라진다. 적어도 패션상으로는 구분이 잘 안 간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74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86

물리학에서 중력 에너지의 영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줄어든다고 배웠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의 거리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나면 중력의 영향은 4분의 1이 된다는 식이다. 이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건축 공간에서도 이 중력의 법칙은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공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리가 멀면 그 쓰임새는 줄어든다. 중력의 공식이 공원의 쓰임새에도 적용된다면 다음과 같은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4천 평짜리 공원이 있다고 하자. 그 공원이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4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마치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1천 평짜리 공원과 쓰임새가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250평짜리 공원과 쓰임새가 같으며, 5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60평 정도의 공원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러니 아주 작은 마당이라고 하더라도 내 방 앞에 있는 마당은 몇 킬로미터 밖의 수천 평 공원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공원이 우리 가까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91

몇 십만 년의 경험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우리는 주광성 동물이 되었다. 교통기관을 타면 답답한 실내 공간 속 기억 때문에 경험이 단절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장소로 가고 싶어 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현재 공간 속에 갇히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는 보행자 중심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일인 주거는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더 행복해지려면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92

사적 공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공간이 누군가의 사적 공간이 되면 내가 갈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울 같은 대도시가 이렇게 넓고 고층 건물이 많아져도 사실 내가 가서 정주할 수 있는 공간의 총량은 더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96

자동차, 헤드폰, 장갑, 선글라스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 공간을 만들려는 장치들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01

제한된 도시 공간에서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맞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02

아이들에게 학교, 학원, 집 모두 부모 감시하의 공간인 것이다. 청소년에게는 감시에서 벗어난 사적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생이 스타벅스에 가듯 10대들은 편의점에 간다. 천 원에 과자 한 봉지를 사면 편의점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03

우리나라의 경우 집의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은 신발을 신느냐 벗느냐로 나뉜다. 신을 벗으면 실내, 신으면 외부다. 그런데 툇마루는 신발을 벗었지만 동시에 바깥 공기에 접하는 공간이다. 내부와 외부 두 가지 성격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마당 주변으로 있는 사이 공간인 툇마루와 대청마루 덕분에 마당에 서 있어도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 도시에서 이 사이 공간의 역할은 발코니가 한다. 발코니에 널린 빨래나 그 위에서 쉬는 사람들의 풍경이 도시의 얼굴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발코니 확장법’ 때문에 발코니가 멸종됐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05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점점 발달할수록 모든 사람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어 간다. 점점 소립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하나의 기계처럼 잘 돌아가는 도시 조직 내에서 인간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도시는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12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소외되지만 동시에 익명성에 따른 자유를 얻기도 한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반경 10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서로 다 아는 사이였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를 당하고 뉴스거리가 될 수 있다. 반면 지금의 도시민들은 어디를 가든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느끼는 그런 편안함이 일상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군중 속의 자유’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 갔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주부가 문을 잠그고 외출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집에 있으나 없으나 무슨 일을 하든지 주변인들이 간섭하지 않는 자유를 가졌다는 뜻이다. 그게 우리의 도시 생활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12

현대사회의 공간적 특징은 "변화하는 미디어가 자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18

사람은 본능적으로 오락적 자극을 찾는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자연 공터에서 잠자리나 물방개를 잡으며 뛰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TV 시청은 저녁 6시에 나오는 만화영화 보는 게 고작이었다. 세월이 흘러 공터는 줄고 대신 영상 매체의 볼거리는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모니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변화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우리 뇌를 자극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인데 문제는 이런 영상 매체로 자극을 받다 보면 우리는 점점 더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24

이처럼 자연에 대한 욕구, 외부 자극,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스마트폰이 주는 자유가 합쳐져서 최근 들어 사람들이 점점 더 골목길 상권을 찾게 되는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25

지금처럼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강북 골목길은 사람이 정주하는 공간이었다. 동네 주민의 거실이라고 할 만큼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콩나물 다듬고 할머니들이 담소 나누는 장소였고,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공간이었다. 골목길은 무엇보다도 ‘자연이 있는 외부 공간’이다. 하늘이 보이고, 1년 365일 24시간 달라지는 자연을 만나는 공간이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26

마당이 있고 집 옆에는 골목길이 있던 단독주택에서 복도와 계단실이 있는 아파트로 급격히 변했다. 우리의 삶 속에서 골목길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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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는 사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하고 시시각각 다른 태양빛이 들지만 거실에는 변화가 없다. 변함없는 벽지와 항상 똑같은 형광등 조명뿐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유일하게 화면이 변하는 TV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진다. 우리 아이들의 생활에는 외부 공간이 없다. 그 말은 자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1년 열두 달, 12년 동안 실내 공간에서만 지낸다고 생각해 보라. 항상 똑같은 교실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35

이들은 공평과 평등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똑같은 공간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학교 건축물을 양산하고 있다. 평등과 전체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숭고하나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이들은 평등을 획일화를 통해 이루려 한다. 평등은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49

마당이 주는 자연의 변화가 내 해석이 필요한 요리하기 전의 재료라면 TV 속 이야기는 가공식품과도 같다. 가공식품이 있으면 내가 요리할 가능성이 없어진다. 우리에게 밀가루와 버터가 주어지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지만, 만들어진 빵이 주어지면 먹고 살만 찐다. 지금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인스턴트식품 같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53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로 만든다. 아이들은 천재 건축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점점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래야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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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이야기지." 가후쿠는 말했다. "‘아아, 서글프다. 무슨 수가 없을까. 나는 이제 마흔일곱이야. 예순에 죽는다 해도 앞으로 십삼 년이나 더 살아야 해. 너무 길어. 그 십삼 년을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뭘 하면서 하루하루를 메꿔나가지?’ 그 당시 사람들은 대개 예순 살에 죽었어. 바냐 아저씨는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는지도 모르지."

-알라딘 eBook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중에서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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