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편지


사랑이여, 세상은
갑자기 색깔을 바꾸고, 바꾼다. 가로등 불빛이
아침 아홉 시 금사슬나무
쥐의 꼬리 같은 열매 깍지들을 쪼갠다.
북극이다,

이 작고 검은
원, 황갈색의 비단 풀들을 지녔지— 아기들의 머리카락.
공기 속에는 녹색이 있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그건 나를 쿠션처럼 사랑스럽게 받쳐준다.

나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따뜻해진다.
내가 굉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바보같이 행복하다,
내 웰링턴 장화
아름다운 빨간색으로 철벅철벅 소리를 내며 걷는.

이것은 내 소유지다.
하루에 두 번
그곳을 천천히 걷는다,
청록색 가리비 같은
잔인한 호랑가시나무, 순수한 철,

그리고 오래된 시체들의 벽 냄새를 맡으며.
나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것들을 역사처럼 사랑한다.
사과들은 황금색이다,
상상해보라 ─

나의 칠십 그루 나무들
걸쭉한 회색 죽음의 수프 속에서
황금의 불그스름한 공들을 달고 서 있고,
그 백만 개의
황금 잎들은 금속제이고 숨을 쉬지 않는다.

오 사랑이여, 오 독신주의자여.
나 말고는 아무도
허리 높이까지 젖도록 걷지 않는다.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황금들이 피를 흘리며 짙어진다, 테르모필레°의 입구들.
° 테르모필레(Thermopylae)는 기원전 480년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스파르타군이 페르시아군에 대패한 그리스의 전쟁터이다.

-알라딘 eBook <에어리얼> (실비아 플라스 지음, 진은영 옮김) 중에서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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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P9

파울 클레의 관찰 일기

사랑이나 이별의 깨끗한 얼굴을 내밀기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의 신은 공중화장실 비누같이 닳은 얼굴을 하고서 내게 온다
두 손을 문지르며 사라질 때까지 경배하지만
찝찝한 기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쟁과 전쟁의 심벌즈는 내 유리 손가락, 붓에 담긴 온기와 확신을 깨버렸다
안녕 나의 죽은 친구들
우리의 어린 시절은 흩어지지 않고
작은 과일나무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그 시절 키 높이만큼 낮게 흐르는 구름 속으로 손을 넣으면
물감으로 쓸 만한 열매 몇 개쯤은 딸 수 있다, 아직도

여러 밝기의 붉은색과 고통들
그럴 때면 나폴리 여행에서 가져온 물고기의 색채를
기하학의 정원에 풀어놓기도 한다 - P29

봄여름가을겨울

작은 엽서처럼 네게로 갔다. 봉투도 비밀도 없이 전적으로 열린 채. 오후의 장미처럼 벌어져 여름비가 내렸다.
나는 네 밑에 있다. 네가 쏟은 커피에 젖은 냅킨처럼. 만개의 파란 전구가 마음에 켜진 듯. 가을이 왔다. 내 영혼은 잠옷 차림을 하고서 돌아다닌다. 맨홀 뚜껑 위에 쌓인눈을 맨발로 밟으며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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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수동 -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아무튼 시리즈 55
장강명 지음 / 위고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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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지는 않지만 꿈꾸고 싶은 동네에 대한 작가의 워너비가 꼭지 별로 잘 보여지는 듯 하다. 특히 맨마지막 ‘게임(요즘엔 유툽이나 소셜미디어도 대세지만)에 서툰 사람이 쓴 현수동 도서관’은 마치 내 일상의 한 대목처럼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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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noir is a genre, then ‘one last job’ is a sub-genre. In those movies, the last job always goes bad. Billy isn’t a robber and he doesn’t work with a gang and he’s not superstitious, but this last job thing nags at him just the same. Maybe because the price is so high. Maybe because he doesn’t know who’s paying the tab, or why. - P11

Nick believes the dumb self, because Billy is at great pains not to overdo it. No gaping mouth, no glazed eyes, no outright stupidity. An Archie comic book does wonders. The Zola novel he’s been reading is buried deep in his suitcase. And if someone searched his case and discovered it? Billy would say he found it left in the pocket of an airline seat and picked it up because he liked the girl on the cover.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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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성과는
소소한 일들이 모여
조금씩 이루어진 것이다.
_ 빈센트 반 고흐 -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2134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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