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클레의 관찰 일기
사랑이나 이별의 깨끗한 얼굴을 내밀기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의 신은 공중화장실 비누같이 닳은 얼굴을 하고서 내게 온다
두 손을 문지르며 사라질 때까지 경배하지만
찝찝한 기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쟁과 전쟁의 심벌즈는 내 유리 손가락, 붓에 담긴 온기와 확신을 깨버렸다
안녕 나의 죽은 친구들
우리의 어린 시절은 흩어지지 않고
작은 과일나무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그 시절 키 높이만큼 낮게 흐르는 구름 속으로 손을 넣으면
물감으로 쓸 만한 열매 몇 개쯤은 딸 수 있다, 아직도
여러 밝기의 붉은색과 고통들
그럴 때면 나폴리 여행에서 가져온 물고기의 색채를
기하학의 정원에 풀어놓기도 한다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