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 이후 서양은 중세라는 암흑의 시기에 들어가지만 라틴어는 중세 유럽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언어로 부활하였다. 로마가 비록 물질세계는 게르만족에 빼앗겼을지 몰라도, 제국의 국교로 정한 기독교를 통하여 만족의 새로운 세상을 영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적 세계의 언어, 즉 가톨릭의 언어는 바로 라틴어였다. - <라틴어 문장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4496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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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록의 표현을 빌자면 "구불구불한 길은 사람을 결코 지치게 하지 않는다. 길마다 성격이 있고 영혼이 있다. 이 길에서 저 길로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과 함께 여행하거나 여러 친구와 어울리는 기분이 든다." - <천천히, 스미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4990114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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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지음) 중에서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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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술 담배를 하면 손의 감각이 약해지고 붕어빵틀의 미세한 진동과 열기를 정확하게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붕어빵틀이 무슨 휴대전화도 아니고 무슨 진동이 있어요. 불기가 틀을 때리고 틀 속에 든 붕어빵이 익으면서 공명하는 진동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아버지 요즘 시 쓰세요? 무슨 소리냐? 아녜요. 기내식으로 감귤 주스가 나왔다. 하늘에서 마시는 감귤 주스라니, 새로운 세계였다. 감귤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망상을 하다보니 금방 칸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2

둥글고, 화려했다. 카쯔오부시가 나긋나긋한 춤을 천천히 추며 전아하게 녹아내렸다.
뜨거웠다. 바삭바삭한 겉 부분이 순식간에 녹고, 진하고 따뜻한 것들이 왈칵 뿜어져나와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순식간에 혓바닥과 입안이 촉촉해졌다. 간신히 입을 벌리자 모락모락 좋은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다시 입을 다물자 뜨거운 반죽들이 입천장을 향해 질주했다. 하아, 하아. 입을 여러번 여닫고 나서야 평정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풀빵에서 찾을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반죽을 일부러 덜 익히는 풀빵이 존재하다니.
그 순간 문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6

문어의 기습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뭐지? 탱탱하고 쫄깃한데 생각보다 컸다. 이걸 씹어도 될까? 설마 문어일까? 이는 ‘먹어도 됩니다!’ 하고 소리쳤다. 혀가 ‘이거 문어 같아요!’라고 보고했다. 뇌가 용단을 내렸다. ‘그래, 씹어라!’ 이가 용감하게 명령을 수행하자 문어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맛이 이 사이로 파고들었고 혀가 잽싸게 육즙을 핥았다. 여전히 따뜻한 반죽이 입안을 지배하고 있는 틈 사이로 문어의 맛이 깊고 넓게 퍼졌다. 단지 문어의 한 조각, 긴 다리의 아주 짧은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그것은 세상의 모든 문어를대표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7

붕어빵이 붓글씨라면 타꼬야끼는 유화였다. 붕어빵이 된장찌개라면 타꼬야끼는 해물탕이었다. 반죽과 앙금으로만 만들어지는 붕어빵이 단순한 매력으로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타꼬야끼는 다양한 재료의 융합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8

타꼬야끼의 황금비율, 재료부터 시작해서 굽는 시간과 동작까지, 철저히 준비된 타꼬야끼의 이데아. 나는 비로소 동굴 감옥에서 해방되어 그림자 대신 진리를 보게 되었다. 그리스에도 타꼬야끼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소크라테스와플라톤이 사이좋게 세알씩 나눠 먹었겠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옆에서 군침만 삼키고. 아, 아리스토텔레스가 태어나기 전에 소크라테스는 죽었지, 참.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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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in November


Love, the world
Suddenly turns, turns colour. The streetlight
Splits through the rat’s-tail
Pods of the laburnum at nine in the morning.
It is the Arctic,

This little black
Circle, with its tawn silk grasses—babies’ hair.
There is a green in the air,
Soft, delectable.
It cushions me lovingly.

I am flushed and warm.
I think I may be enormous,
I am so stupidly happy,
My Wellingtons
Squelching and squelching through the beautiful red.

This is my property.
Two times a day
I pace it, sniffing
The barbarous holly with its viridian Scallops, pure iron,

And the wall of old corpses.
I love them.
I love them like history.
The apples are golden,
Imagine it—

My seventy trees
Holding their gold-ruddy balls
In a thick grey death-soup,
Their million
Gold leaves metal and breathless.

O love, O celibate.
Nobody but me
Walks the waist-high wet.
The irreplaceable
Golds bleed and deepen, the mouths of Thermopylae.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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