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술 담배를 하면 손의 감각이 약해지고 붕어빵틀의 미세한 진동과 열기를 정확하게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붕어빵틀이 무슨 휴대전화도 아니고 무슨 진동이 있어요. 불기가 틀을 때리고 틀 속에 든 붕어빵이 익으면서 공명하는 진동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아버지 요즘 시 쓰세요? 무슨 소리냐? 아녜요. 기내식으로 감귤 주스가 나왔다. 하늘에서 마시는 감귤 주스라니, 새로운 세계였다. 감귤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망상을 하다보니 금방 칸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2
둥글고, 화려했다. 카쯔오부시가 나긋나긋한 춤을 천천히 추며 전아하게 녹아내렸다. 뜨거웠다. 바삭바삭한 겉 부분이 순식간에 녹고, 진하고 따뜻한 것들이 왈칵 뿜어져나와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순식간에 혓바닥과 입안이 촉촉해졌다. 간신히 입을 벌리자 모락모락 좋은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다시 입을 다물자 뜨거운 반죽들이 입천장을 향해 질주했다. 하아, 하아. 입을 여러번 여닫고 나서야 평정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풀빵에서 찾을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반죽을 일부러 덜 익히는 풀빵이 존재하다니. 그 순간 문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6
문어의 기습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뭐지? 탱탱하고 쫄깃한데 생각보다 컸다. 이걸 씹어도 될까? 설마 문어일까? 이는 ‘먹어도 됩니다!’ 하고 소리쳤다. 혀가 ‘이거 문어 같아요!’라고 보고했다. 뇌가 용단을 내렸다. ‘그래, 씹어라!’ 이가 용감하게 명령을 수행하자 문어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맛이 이 사이로 파고들었고 혀가 잽싸게 육즙을 핥았다. 여전히 따뜻한 반죽이 입안을 지배하고 있는 틈 사이로 문어의 맛이 깊고 넓게 퍼졌다. 단지 문어의 한 조각, 긴 다리의 아주 짧은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그것은 세상의 모든 문어를대표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7
붕어빵이 붓글씨라면 타꼬야끼는 유화였다. 붕어빵이 된장찌개라면 타꼬야끼는 해물탕이었다. 반죽과 앙금으로만 만들어지는 붕어빵이 단순한 매력으로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타꼬야끼는 다양한 재료의 융합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8
타꼬야끼의 황금비율, 재료부터 시작해서 굽는 시간과 동작까지, 철저히 준비된 타꼬야끼의 이데아. 나는 비로소 동굴 감옥에서 해방되어 그림자 대신 진리를 보게 되었다. 그리스에도 타꼬야끼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소크라테스와플라톤이 사이좋게 세알씩 나눠 먹었겠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옆에서 군침만 삼키고. 아, 아리스토텔레스가 태어나기 전에 소크라테스는 죽었지, 참.
-알라딘 eBook <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중에서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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