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나는 답을 얻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게센은 에큐멘의 일원이 될까요? 네. 수수께끼 같은 답도 아니고 애매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답을 예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찰로 받아들였다. 그 답이 옳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 예감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뚜렷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3

"음, 저희 대부분은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성채에 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답을 하는 자들이잖습니까!"
"저희가 왜 예언을 하는지 모르시겠습니까, 겐리?"
"네."
"잘못된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8

파세가 맑고 상냥하고 솔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마치 1만 3천 년의 전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되고 아주 잘 정립된 사고와 생활 방식이 담긴 시선으로, 아주 잘 확립되어 있고 총체적이며 통일성이 있기에 영원한 현재로부터 똑바로 당신을 바라보는 야생 동물, 거대하고 낯선 생물의 무아와 권위와 완벽함을 당신에게 전달해주는 시선으로.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8

숲 속에서 파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것, 예견되지 않은 것, 증명되지 않은 것, 삶이란 바로 그런 것 위에 서 있습니다. 무지는 사고의 기반입니다. 입증되지 않은 것은 행동의 기반입니다. 만약 신이 없다고 증명된다면, 신도 없고 종교도 없을 것입니다. 한다라도 없고, 요메시도 없고, 화로신들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신이 있다고 증명되면 신이 있어도 종교는 없게 됩니다……. 말해주십시오, 겐리.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무엇이 확실하며 무엇이 예견 가능하고 무엇을 피할 수 없습니까? 당신이 당신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제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답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겐리.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영원히 우리를 괴롭히는 불확실성,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지’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9

성의 주기는 평균 26~28일이다(그들은 달의 주기에 맞춰 대체로 26일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21일 또는 22일은 성이 잠재 상태인 ‘소메르’다. 18일째 되는 날에 뇌하수체의 작용으로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며, 22일 또는 23일째 되는 날 각자는 ‘케메르’, 즉 발정기에 들어간다. 케메르의 제1단계(카르히데에서는 ‘세헤르’라 부른다)에서 개인은 완전한 양성체지만 혼자 있으면 성과 성교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제1단계 케메르의 게센인은 케메르 중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성적 결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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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이름만은 있습니다. 게세렌, 그것이 제 이름입니다. 저는 제 불명예와 함께 그 이름을 이 화로에 저주로 남겨두고 떠나려 합니다. 저를 위해 그 이름을 간직해주십시오. 이제 저는 이름 없는 몸이 되어 죽음을 찾아가겠습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44

카르히데에서 화롯불은 몸이 아니라 정신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카르히데의 기계·산업적 발명 시대는 적어도 3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 3천 년 동안 이들은 증기와 전기 그리고 다른 원리를 이용한 매우 우수하고 경제적인 중앙난방 장치를 개발했다. 하지만 그것을 주택에 설치하진 않았다. 아마도 타고난 내한성을 잃을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따뜻한 텐트에 있던 북극 새가 풀려나면 발에 동상이 걸리듯 말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0

일반적으로 카르히데인들은 글을 별로 읽지 않으며, 뉴스와 문학 작품도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책과 영상 매체는 라디오만큼 보급되어 있지 않으며 신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0

옆으로 비켜서서 "겐리Genry 아이" 하고 불렀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Genly지만 카르히데인들은 L 발음을 하지 못해 Genry라고 발음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2

나는 문득 지난 2년 동안 내게 조언을 해준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 사람들은 내 질문들엔 대답해주었지만 솔직하게 조언을 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에스트라벤조차도.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4

아르가벤은 비록 제정신도 아니고 기민하지도 않았지만, 고차원적 시프그레소 관계의 성취와 유지만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의 대화에 담긴 핑계와 도전, 교묘한 수사학적 표현에는 오랫동안 닳고 닳은 이였다. 나는 그들의 시프그레소 관계에 대해 전부 다 알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들 간의 경쟁적 권력 추구와 거기에서 비롯한 끊임없는 설전에 대해서까지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6

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카르히데어에는 ‘전쟁’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7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입니다, 폐하. 우리 모두, 전 우주의 인간들은 무한히 먼 과거에 헤인이라는 하나의 세계에서 퍼져나와 정착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하지만 여전히 같은 화로의 아들인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7

나는 좀 더 이야기를 끌어가며 에큐멘의 존재가 왕이나 카르히데의 시프그레소를 강화시키면 시켰지 위협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설명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헛수고였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8

"키메 출신 사람입니다. 여자입니다." 나는 게센인들이라면 케메르의 정점에 달한 사람에게나 썼을 법한 단어, 즉 동물의 암컷에 해당하는 존재를 표현하는 단어를 써야만 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8

"그렇다면 이 행성 밖의 모든 인간은 영원히 케메르 상태에 있단 말인가? 변태들 집단이란 말인가? 티베 경이 말한 대로군. 난 농담인 줄 알았지. 뭐,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아이 특사. 나는 우리가 그런 괴물 같은 종족들과 왜 교류를 해야만 하는지, 그걸 참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어. 물론 그대는 내게 그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리러 여기 왔겠지만."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9

"이것은 전파를 사용하지 않으며 그 어떤 형태의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작동하는 원리는 동시성 상수에 의한 것으로, 중력과 어느 정도 닮은 면이 있습니다……." 나는 이야기하는 상대가 나에 대한 모든 보고서를 읽고 내 설명에 진지하게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던 에스트라벤이 아니라 내 말을 지루해하는 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잊고 있었다. "앤서블이 하는 일은, 폐하, 두 지점에 동시에 메시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말입니다. 한 지점은 어느 정도 질량이 있는 행성에 고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다른 한쪽은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곳이 그 다른 한쪽에 해당합니다. 저는 중심 행성인 헤인의 좌표를 설정해두었습니다. NAFAL* 우주선으로는 게센에서 헤인까지 가려면 67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제가 그 자판에 메시지를 쓰면 제가 글을 쓰는 동시에 헤인에서 수신을 하게 됩니다. 헤인의 스테빌들과 교신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폐하?"
* Not As Fast As Light의 약자. ‘빛만큼 빠르지 않다’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아광속을 뜻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60

이런 식이었다. 말했듯이 그는 달변인 데다가, 내게 시프그레소가 없다는 것을 알고 기회만 잡으면 조언을 해주려 안달이었다. 물론 ‘만일’ 또는 ‘혹시라도’라는 단서를 달아 조언이 아닌 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72

나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매번 약간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삶의 6분의 5를 남녀 양성을 가진 중성인으로 지내는 사람들 속에서 남성으로서 겪는 생물학적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72

이것은 논쟁할 여지가 없는 취향의 문제이다. 테라인들은 남보다 앞서가는 걸 진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늘 원년을 사는 겨울 행성 주민들에게는 진보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74

그 사람은 우리가 첫 번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우리를 보지도 않았다. 이들은 한다라의 현존법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감각의 수용과 자각을 극단으로 몰아 자아의 망각(자아의 확대?)에 이르는 일종의 몽환 상태(부정적인 경향이 있는 한다라 교인은 이를 반대로 비황홀경 상태라 불렀다)였다. 비록 기법상으로는 대부분의 신비주의와 정반대였지만, 그 역시 내적 존재의 체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신비주의적 수행법이었다. 하지만 한다라의 수행 방식을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순 없다. 고스는 주홍색 히에브를 걸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정지 동작을 풀고 우리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순간 나는 그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자신만의 광채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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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투쟁의 소용돌이. 결국 독백은 외침이 된다. 형식과 실질의 괴리 때문에 더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읽는 이들의 반응을 의식하면 할수록 실제 자신으로부터 더 많이 이탈해 온라인상의 페르소나가 되어간다. 나중에는 그게 진짜 자신인 것처럼 혼동하기조차 한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39

일본사회에 매이지 않은 채 로마에 일 년, 크레타 섬에 일 년, 세계를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자유롭게 떠돌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과 소소하고 유치한 수필을 끝도 없이 써대던 예전의 하루키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9

나는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을 채워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에는 주저 없이 자기 힘닿는 범위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고 싶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0

책, 글쓰기, 여행, 인간관계. 모두 내게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과분한 행운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2

그리스적 전인교육은 노예제의 기반 위에 귀족들에게 적용되었던 혜택이다. 음악, 미술, 체육에 웅변, 논술, 뛰어난 외국어 능력 등 중산층 이상 가정의 뒷받침 없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경쟁하기 힘든 분야의 능력을 자꾸 대입제도에 도입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벌써 신분 이동이 어려운 쇠퇴기의 사회가 되어가는 징표 아닐까 싶어 두렵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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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화롯가에서 뜨거운 맥주를 마셨다. 마시는 사이에도 맥주가 얼어붙는 탓에 얼음을 깨기 위한 작은 도구가 식탁에 늘 준비되어 있는 세계에서 뜨거운 맥주는 정말로 감사해야 할 음료였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31

그렇게 해보려곤 했지만, 이곳 게센인들을 처음에는 남자로, 다음에는 여자로 보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쓰는 식으로, 내게는 중요하지만 그들의 본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범주에 꿰어 맞추는 식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31

여성스러웠고 세련미와 재치가 넘치는 태도였지만, 뭔가 실체가 빠진 듯하며 꾸민 듯 능수능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에스트라벤을 싫어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건 바로 이러한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여성스러움 때문이 아닐까? 에스트라벤처럼 음울하고 신랄하고 강력한 존재를 여자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에스트라벤을 남자로 생각할 때마다 나는 속은 듯한, 뭔가 잘못되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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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를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이 사용한 용어인 ‘사고실험’의 목적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사실, 슈뢰딩거의 가장 유명한 사고실험은 ‘미래’는 양자 수준에서 ‘예언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현실을, 현재의 세계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SF는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3

예술가는 영감에 찬 선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감이 내려진다거나 신이 그들을 통해서 말하는 일은 없다는 말도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예술가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기 안의 신이 자신의 혀와 손을 사용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른다면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일은 단 한 번, 그들 일생을 통틀어 한 번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이면 충분하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5

빛의 신이자 이성과 비율과 조화와 수의 신인 아폴로는 자신을 숭배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다.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지 말라. 가끔은 어두침침한 술집에 잠깐 들러 디오니소스와 맥주도 한 잔 즐겨라.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6

내가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은 논리적으로 말하면 거짓이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상징이며 미학적으로 말하면 은유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6

나는 예언을 하거나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묘사하는 것이다. 소설가들이 하는 방식으로, 즉 상세한 거짓말들을 정성 들여 꾸며내 심리학적 실체의 어떤 양상을 설명할 따름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7

예술가는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을 다룬다.
소설이 매개인 예술가들은 이것을 ‘언어’로 한다. 소설가들은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말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8

모든 소설은 은유이다. SF는 은유이다. SF가 기존 소설과 다른 것은, 우리 동시대 삶에서 커다란 지배력을 가진 것들, 즉 과학, 모든 과학과 기술과 상대주의적이고 역사적 견해들로부터 가져온 새로운 은유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여행은 이러한 은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안 사회나 대안 생물학도 그렇다. 미래 또한 그렇다. 소설에서, 미래란 은유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8

나는 어릴 적 고향 행성에서 진리는 상상의 문제라고 배웠으므로, 이야기식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 제아무리 굳건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할지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 전해지지 않을 수도 또는 널리 퍼질 수도 있다. 내 고향의 바다에서만 자라는 유기질 보석처럼 말이다. 그 보석은 어떤 여인이 걸치면 한층 더 빛나 보이지만 어떤 여인이 걸치면 그 빛을 잃어 허섭스레기가 될 뿐이다. 사실 역시 진주처럼 단단하고, 빈틈없고, 둥글고, 진실되다. 그러나 둘 다 민감하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9

이곳에서 현재는 늘 원년이다. 과거와 미래의 모든 날짜는 정월 초하루를 기준으로 매번 바뀌고, 이곳 사람들은 유일무이한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를 헤아려나간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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