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다 읽자마자 가쓰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답장은 또 왜 이러는 건가. 묘하게 공손하다. 여태까지 보았던 난폭하기 짝이 없는 말투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상한 건 가쓰로가 다시 뮤지션의 길을 선택한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그만큼 남의 마음을 훤히 꿰 뚫어보기 때문에 고민 상담이라면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명성을얻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한다.
이건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그런 단언을 할 수 있을까.
가쓰로는 편지를 봉투에 넣어 가방 속에 챙겼다. 어쨌거나 큰 용기를 얻었다, 라고 생각했다.
(143p)

가쓰로는 다른 쪽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손에 들었다.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에 셔터 쪽을 향해 천천히 불기 시작했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
그가 작곡한 노래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다. 제목은 재생, 노랫말은 아직 붙이지 못했다. 적당한 노랫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라이브 무대에서는 항상 하모니카로 연주하곤 했다. 편안한 느낌의 발라드곡이다.
1절을 다 연주하고는 하모니카를 손에 들고 우편함에 꽂아놓은
편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누군가 빼가는 기척은 없었다. 아무래도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상담 편지를 거둬가는 건 아침에 하는지도 모른다.
가쓰로는 손끝으로 봉투를 밀어 넣었다.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희미하게 들렸다.
(135p)

○월 ○일(여기에는 제사 날짜를 기입하도록 해라)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 부활합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 편지를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을까요.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시면고맙겠습니다. 그때처럼 가게의 셔터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너로서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부탁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무척 중대한 문제다. 괴이한 일로 생각되겠지만 부디 내 소원을 들어주기 바란다.
아비씀
(188p)

저는 왜 시설 직원들이 그 친구를 내게 보냈는지 그제야 깨달았어요. 어머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 친구보다 더 잘 알려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그건 정확한 판단이었어요. 그 친구의 눈물을 보고 저도 울었습니다. 함께 추억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내 어머니에게 그제야 순수한 마음으로 감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원망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살아 있어서 비로소 느끼는 아픔도 있다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극복해왔습니다.
그런데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이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준 분에 대한 것이었어요. 편지 말미에는 나미야 잡화점이라고 적 혀 있었죠. 이부은 누구일까 잡화점이라니, 이건 무슨 뜻일까.
(207p)

나미야 잡화점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9월 13일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부활합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답장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을까요.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때처럼 가게셔터의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219p)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 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 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難問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4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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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안과 밖이 시간적으로 따로 노는 거 같아. 시간이 흐르 는 방식이 서로 다른 거야. 집 안에서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데바깥에 나와 보면 그게 그냥 한순간이야."
"뭐?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쇼타는 다시 편지를 지그시 들여다본 뒤에 아쓰야에게로 얼굴 을 들었다.
"이 집에 아무도 접근한 적이 없는데 고헤이의 편지는 사라졌고 달 토끼한테서는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이 왔어. 원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잖아. 자,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누군가 고헤이의 편지를 가져갔고 그것을 읽은 뒤에 답장을 던져두고 갔다. 그런데 그 누군가의 모습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48p)

삼분 삼십 초쯤을 들여 그 곡을 연주했다. 체육관 안은 고요히가라앉았다. 하모니카 연주를 마치기 직전, 가쓰로는 눈을 떴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소녀가 골똘히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기때문이다. 그 눈빛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나잇값도 못하고 가쓰로는 가슴이 두근두근 설렜다.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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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지금까지도 항상 그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철이 들었을 때는 아버지가 안 계셨고 어머니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서 살아왔어요.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했습니다. 오늘까지 그랬으니까 분명 내일부터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잃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두렵지도 않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게, 앞에서 돌이 날아오면 잽싸게 피하고 강이 있으면 뛰어넘고, 뛰어넘지 못할 때는 뛰어들어 헤엄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흐름에 몸을 맡길 겁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죽을 때 뭔가 하나라도 내 것이 있으면 되니까요. <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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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금기에도 차례차례 도전해서 야나기사와 그룹의 사카모토 료마8라고도 하지요. <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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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고 살펴보니 케이스 안에 명함이 들어 있었다. 인쇄되어 있는 내용을 보고 레이토는 흠칫 놀랐다. ‘월향신사 종무소 관리주임 나오키 레이토’라고 찍혀 있었다. <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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