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49년부터 작가로 활동했다. 따로 글쓰기를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습작을 통해 작가가 되었다. 그러니 내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쓰기 이론 따위는 없다. 글을 쓸 때면 나는 그저 내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모습이 된다.
(7/745p)

내가 태어날 당시 나의 부친과 친조부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건축가로 활동했다. 나의 외조부는 그곳에서 양조장을 운영했다. 그는 수제 맥주 ‘리버 라거’로 파리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맥주의 비밀 재료는 커피였다.
(8/745p)

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에서 나는 거의 모든 것에서 똥을 깨끗이 닦아 내고 있어."란 말과 "고통스럽지 않아."란 말, 나의 형과 누나가 했던 이 두 가지 말이 나의 소설들의 두 가지 주요 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장편소설들을 쓰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팔았던 작품들이다. 이 책에는 자유 기업의 산물들이 실려있다.
(9/745p)

<더 뉴요커>에서는 내 책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를 ‘자기도취적인 킥킥거리는 웃음을 연속적으로 유발하는 책’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아마도 독자들은 나를 잠옷 차림으로 바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작은 물고기를 찾거나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흠모하듯 바라보고 있는 흰 바위 위의 소녀라고 상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13/745p)

또 다른 커다란 변화는 참치가 식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60여 년 전에 일어났다. 반스터블의 어부들은 참치를 ‘말 고등어’라고 부르며 참치가 잡힐 때마다 욕설을 퍼붓고는 했었다. 계속 욕설을 퍼부으며 어부들은 참치를 잘게 토막 내서 다른 말 고등어들에게 경고가 되도록 바다에 도로 던져 버리고는 했다. 용감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멍청해서인지 참치는 그래도 달아나지 않았고 그 덕택에 현재 ‘반스터블 참치 낚시 대회’라고 불리는 노동절 뒤에 열리는 축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22/718p)

마을 사람들이 해낸 발견 가운데 살면서 앞으로도 배우게 될 또 다른 발견은 홍합을 먹어도 즉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스터블 항구는 곳곳이 홍합으로 그득하다. 하지만 누구도 홍합에는 결코 손대지 않는다.
(22-23/718p)

그는 단어 하나를 찾아냈다. "우리는 드루이드교의 사제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드루이드교는 기원전 고대 켈트족의 종교로 기원 1세기경 쇠퇴하여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정확한 정보는 없는 종교이다. 만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점술과 마법을 부리고, 영혼불멸과 윤회, 전생을 설법하며 죽음의 신을 세계의 주재자로 믿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드루이드교의 사제로는 아서 왕의 전설에 나오는 마법사 멀린이 있으며, ‘드루이드교의 사제’라고 하면 고대의 비밀스럽고 마법사처럼 신비로운 사람들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1964년)

(29/718p)

2081년, 모든 사람이 마침내 평등해졌다. 사람들은 신과 법 앞에서만 평등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평등했다.
(30/718p)

그래도 아직 생활면에서는 그다지 잘 돌아가지 않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4월은 여전히 봄철답지 않아서 사람들을 미치게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축축한 달에 핸디캡 부여 사령부 요원들이 조지 버저론과 헤이즐 버저론 부부의 열네 살짜리 아들 해리슨 버저론을 잡아갔다.
(30/718p)

"맞아." 조지가 말했다. 조지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표준에서 벗어난 자기 아들 해리슨에 대한 생각이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스물한 발의 예포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그 생각을 멈추게 됐다.
(34/71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창기 동호인 대다수는 무無에서 외계 문명을 만들어내는 난제에 지친 나머지 이미 몇 년 전에 포기했지만, 거의 편집광적으로 이에 집착하는 소수의 헌신적인 그룹이 아직 남아 있었다. 데릭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들 대다수는 무직이고, 부모 집에 있는 자기 방 밖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들만의 데이터 마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릭스는 이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외부인과 접촉하려고 시도하는 일원이었다.
(224-225/617p)

데릭도 웃는다. 상상만 해도 얄궂다. 블루감마 시절 디지언트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외계인 디지언트 쪽이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227/617p)

데이터 어스에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는 디지언트들에게 명백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27/61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날 자동차나 제트기가 제일 선호하는 휘발유는 완벽하게정제된 경질유다. 다른 제품에서는 희석되었다는 의미일지 몰라도, 석유에 경질light아라는 단어가 붙으면 더 순수하다는 의미 다. 정제가 덜 된 중질유는 플라스틱이나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거나, 선박이나 발전소 연료, 난방유 등으로 사용된다. 아스팔트에는 정제되지 않은 부산물이 사용된다. 인도 정부가 관심을 두는 석유가 이 제품이다.
(13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은, 무관심 속에서도 혼자서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이다. 만약 그렇다면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도 너나없이 훌륭하게 자랄 것이다. 정신이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정신들에 의한 교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교화야말로 데릭이 마르코와 폴로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182/617p)

열린 마음을 가지고 회의적인 태도를 지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낮은 기대감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나 마찬가지니까.
목표를 높게 설정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196/617p)

지난 몇 년 동안, 데이터 어스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의 거의 모든 제작사들은 리얼 스페이스에서도 돌아가는 버전을 제작해놓았다.
(213/617p)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는데, 바로 뉴로블래스트다. 뉴로블래스트 엔진의 리얼 스페이스 버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블루감마 사는 리얼 플레이스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 폐업했다—뉴로블래스트 게놈을 가진 디지언트가 리얼 스페이스 환경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리가미와 파베르제 디지언트들에게 리얼 스페이스로의 이주는 가능성의 확장이다. 그러나 잭스를 비롯한 다른 뉴로블래스트 디지언트들에게 대산의 발표는 사실상 세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214/617p)

인간들 대다수가 리얼 스페이스로 이주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리가미와 파베르제 계열 디지언트들 역시 리얼 스페이스로 가버렸다. 그들의 오너를 탓할 수는 없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애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더 괴로운 것은 잭스의 친구들을 포함한 뉴로블래스트 디지언트들 또한 거의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다.
(216/617p)

잭스는 가상 세계에서의 교유 관계 대부분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진짜 세계에서 대체할 만한 관계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로봇 외피는 조종자가 없는 프리 로밍free-roaming 기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애나나 카일이 동반하지 않는 한 공공장소 입장이 제한된다. 아파트에 갇힌 채, 잭스는 지루한 나날을 이어간다.
(217/617p)

더 큰 문제는 잭스가 아바타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잭스에게 키보드와 스크린은 직접 그곳에 가 있는 것의 초라한 대체물에 불과하다. 콩고에서 잡아 온 침팬지에게 밀림을 무대로 한 비디오게임으로 만족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18/61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렉시콘
맥스 배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언어를 치명적 무기로 활용하는 ‘시인’.
19~20세기 거장 영미작가들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들.
언어를 매개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 독특한 소재의 SF 스릴러에 왠지 끌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