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에 따르면, 중세가 암흑기만은 아니다. 중세의 가을은 한 시대의 쇠퇴를 뜻하기도 하지만 새 시대의 수확을 준비하는 풍요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204p)
최근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DNA를 조작하는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CRISPR 기술이 과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504/786p)
새로운 천사 Angelus Novus!
실로 사람들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만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는 것도 그리워한다. 부재不在를 견디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소진되는 생. 지친 사람들은 낮은 곳에 모여, 파울 클레 Paul Klee와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이 이야기한 "새로운 천사 Angelus Novus" 를 그리워한다. 나도 눈물이 흐르기 전에 무엇인가 적어 벽에 붙여놓았다. (2015.11.29) (186p)
삶과 죽음. 그 본연적 차이.
인간의 삶은 전적으로 자유와 존엄이 박탈당한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개개인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조율하여 존엄 어린 하나의 사태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한다. 비록 우리의 탄생은 우연에 의해 씨 뿌려져 태어난 존재일지언정, 우리의 죽음은 그 존재를 돌보고자 한 일생 동안의 지난한 노력이 만들어온 이야기의 결말이다. 스스로를 어찌할 도리 없는 지경에 그저 처박아버리기 위해 일생을 살아온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생전에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이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175-176p)
저마다의 힘으로 버티기를...
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생존이란, 삶이란 순간이 아니라 영속성을 가진 시간을 가리키는 거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당신들, 살아갈 당신들이 저마다의 힘으로 끝내 버티기를. 나는 가늘고 길게 쥔 펜으로 앞으로도 계속 당신들을 쓰고, 나를 쓰고, 이 삶을 기록해볼 작정이다.(295/2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