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작은 희망

기억을 되살려서 경험 전체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내가 느꼈던 최초의 작은 희망을 다시 몽상 같은 것으로 폄하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111/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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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인식의 과정

나는 아직 그러한 꿈과 세상을 명확하게 인식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두 영역 모두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지도 몰라. 다만 여느 때는 아무런 관계도 없던 꿈과 세상이 갑자기 하나가 되는 순간, 바로 그 공포의 순간들만 즉각적으로 다시 떠오를 뿐이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꿈들을 실현시켜주지. 평소엔 도취 상태에 빠져 외면해왔던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끔 해주는 바로 그 꿈들을 말이야. 그래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란 적어도 내게는 언제나 인식의 과정으로 작용했어. 어떤 두려움을 느낄 때 난 항상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내게 어떤 전화위복의 신호를 주는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혹독한 상태를 예고하는지를 주목했고, 나중에 그 일에 대해 회상해보곤 했어.
(109/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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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반복, 두려움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왜 내게 유독 불안 상태에 대한 기억력만 살아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돼. 내가 매일같이 보아왔던 것과 비교해볼 대상을 아직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지. 내가 받는 인상들이라는 게 모두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인상들의 반복일 뿐이라는 거야. 그 말은 내가 아직 세상을 많이 돌아다녀보지 못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음을 의미해. 그러니까 우리가 가난하게 삶을 살았기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만 경험하게 되었다는 말이지. 우리가 보아온 사물들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거기에 대해 말할 것도 적은 셈이지. (108/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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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인식

"그렇다면 사람들이 나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나 자신을 좀더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단 말인가?"
"나 스스로 원하는 행동방식과 원하지 않는 행동방식이라는 것이 항상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야만 비로소 구분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주위를 어떤 식으로 둘러보는지 등에 대해 결국 사람들은 인식할 수 없는 것일까?" (80/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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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

이를테면 남의 불행은 고소해하고 조롱하면서도 자신의 일이라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챙기는 채플린이 그렇고, 몸을 둘둘 말거나 늘 어딘가에 매달리는 버릇이 있던 해리 랭던이 그랬다. 그나마 버스터 키턴만은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향방을 알 수 없는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그런 표정을 보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메릴린 먼로가 이마를 찌푸린 채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고, 그 옆의 스탠 로럴이 독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화도 괜찮았다. (54/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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