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그러한 꿈과 세상을 명확하게 인식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두 영역 모두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지도 몰라. 다만 여느 때는 아무런 관계도 없던 꿈과 세상이 갑자기 하나가 되는 순간, 바로 그 공포의 순간들만 즉각적으로 다시 떠오를 뿐이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꿈들을 실현시켜주지. 평소엔 도취 상태에 빠져 외면해왔던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끔 해주는 바로 그 꿈들을 말이야. 그래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란 적어도 내게는 언제나 인식의 과정으로 작용했어. 어떤 두려움을 느낄 때 난 항상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내게 어떤 전화위복의 신호를 주는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혹독한 상태를 예고하는지를 주목했고, 나중에 그 일에 대해 회상해보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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