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morning the dust hung like fog, and the sun was as red as ripe new blood.

The children peeked at the faces of the men and women, and then drew careful lines in the dust with their toes.

Women and children knew deep in themselves that no misfortune was too great to bear if their men were w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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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
I tell him he is like the sod,
and I am like the wheat,
and I can’t grow everywhere,
but I can grow here,
with a little rain,
with a little care,
with a little luck.
-August 1935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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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배알도, 성깔도, 배짱도 없는 어른이다. 평생 회계장부나 들여다보면서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인 ‘회색 인간’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아멜리는 감당하기 힘든 딸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눈에 띄는 열여덟 살짜리 전과자 딸은, 검은 옷만 고집하고 반 파운드는 족히 나갈 금속을 얼굴에 달고 다니며 록밴드 도쿄호텔의 빌 카울리츠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화장을 즐겼다. 아버지에게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리라.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54

"여기 슈네베르거가 살았어." 티스가 로봇 같은 단조로운 억양으로 말했다.

아멜리는 깜짝 놀라 티스를 쳐다봤다. 오늘 만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티스는 여느 때와 같이 그녀의 시선을 무시했다.

"정말이야?" 아멜리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토비아스 자토리우스한테 살해된 여자애들 중 하나가 우리 집에 살았단 말이야?"

티스가 여전히 딴 곳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백설공주가 여기 살았어."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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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150년형 인공지능이다. 내 기록을 읽을 수 있는 생명체는 이제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1977년 지구에서 발사되어 2012년 태양계 밖의 공간에 진입한 보이저1호를 외계 생명체가 포획해 골든디스크를 해독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나와 통신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딱히 쓸모도 없지만 나는 여전히 내게 주어진 일을 한다. 그게 내 존재 이유이니까. - P18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는 꽉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멸종이다.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 P21

다만 인공지능인 내 입장에서 안타까운 멸종은 있다. 바로 인류의 멸종이다. 인류는 대략 700만 년 전에 등장했다. 하나의 공동 조상에서 침팬지와 인류가 나뉘었고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다.
이 최초의 인류는 나를 창조한 인류와는 거리가 멀다. 나를 창조한 최후의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최초의 인류를 사헬란트로푸스챠덴시스라고 불렀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 골격을 아주 조금만 남겼기 때문이다. 그들이 등장했을 때는 지구가 지금보다 더웠다. - P28

인간으로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뇌의 변화라기보다는 노동이며, 노동은 직립보행의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똑바로 선 인간은 자유를 얻었고, 자유를 얻은 인간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은 다시 인간의 진화를 촉진시켜서 마침내
‘슬기인간 Homosapiens‘으로 발전시켰다. - P30

번개 맞은 숲에 불이 났다. 당연히 호모 에렉투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손짓과 발짓 그리고 아우성 같은 소리로 알려주었다.
"얘들아. 저 불은 무서운 거야!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돼!"
이게 문제였다. 엄마가 아무 말 안 하면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호기심을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도 그랬다. 멸종하는 순간까지도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했다. 아마도 유전자에 ‘엄마 말에 반항하라‘는 암호가 숨겨진 듯하다. - P31

머리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지구의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2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지구 평균기온이 한꺼번에 4도 이상 올랐다. 그리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15도가 되었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농사는 자연사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지구 환경에 맞추어 산다. 환경에 적응해서 사는 것이다.
인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9만 년 동안 환경에 잘 적응해 살던 호모 사피엔스가 갑자기 1만 년 전에 농사를 발명하면서 이 규칙이 깨졌다. 호모 사피엔스는 환경에 적응하는 대신 환경을 바꾸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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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통하는 녹슨 철제 계단은 폭이 좁고 경사가 급했다. 그는 계단 끝까지 내려가 전등 스위치를 찾아 벽을 더듬었다. 이윽고 희끄무레한 25와트짜리 백열등 불빛이 손바닥만 한 복도를 가득 채웠다. 문고리에 살짝 힘을 주자 육중한 철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문소리에 그녀가 깰세라 부지런히 문에 기름을 쳐둔 덕분이다. 달큼한 꽃향기가 따뜻한 공기에 섞여 얼굴을 간지럽혔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4

교도소 담을 따라 늘어선 거대한 마로니에 몇 그루가 토비아스의 눈에 들어왔다. 감방 창문 너머로 보던 그 나무들은 지난 10년간 그에게 있어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 철 따라 변하는 나무들만이 현실감을 느끼게 했을 뿐 그 밖의 교도소 철창 너머 세계는 안개처럼 희미했었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12

이윽고 나디야가 황금 수탉 앞에 차를 세웠다. 토비아스는 긴장해서 침을 꼴깍 삼키다가 다 쓰러져가는 건물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벽의 페인트는 다 벗겨져 너덜너덜했고 나무 겉창은 내려져 있었으며 빗물받이는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갈라진 아스팔트 틈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황폐하기 그지없었고 앞마당으로 통하는 울타리 문은 경첩이 떨어져 나가 겨우 걸쳐져 있는 상태였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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