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통하는 녹슨 철제 계단은 폭이 좁고 경사가 급했다. 그는 계단 끝까지 내려가 전등 스위치를 찾아 벽을 더듬었다. 이윽고 희끄무레한 25와트짜리 백열등 불빛이 손바닥만 한 복도를 가득 채웠다. 문고리에 살짝 힘을 주자 육중한 철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문소리에 그녀가 깰세라 부지런히 문에 기름을 쳐둔 덕분이다. 달큼한 꽃향기가 따뜻한 공기에 섞여 얼굴을 간지럽혔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4
교도소 담을 따라 늘어선 거대한 마로니에 몇 그루가 토비아스의 눈에 들어왔다. 감방 창문 너머로 보던 그 나무들은 지난 10년간 그에게 있어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 철 따라 변하는 나무들만이 현실감을 느끼게 했을 뿐 그 밖의 교도소 철창 너머 세계는 안개처럼 희미했었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12
이윽고 나디야가 황금 수탉 앞에 차를 세웠다. 토비아스는 긴장해서 침을 꼴깍 삼키다가 다 쓰러져가는 건물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벽의 페인트는 다 벗겨져 너덜너덜했고 나무 겉창은 내려져 있었으며 빗물받이는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갈라진 아스팔트 틈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황폐하기 그지없었고 앞마당으로 통하는 울타리 문은 경첩이 떨어져 나가 겨우 걸쳐져 있는 상태였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김진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b6a9d7d45e54519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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