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총 37편이라고 하는데 — 38편이나 39편이라고 하는 학설도 있다 –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1,222명이라고 한다. 행인이나 특정 장면에만 등장하는 시민도 있고 대사조차 없는 인물도 많기 때문에 성격이 드러나는주요 등장인물은 한 편당 10명 내외이므로 아마도 365명 정도일 것이다. 1년은 365일이고 주역의 64괘에서 출발하는 점의가짓수(효사)도 384개인 것을 보면, 인간의 성격이나 인간사에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은 대략 이 정도 숫자의 범위 안에서 분류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셰익스피어는 많은 작품을 쓰면서도 등장인물의 성격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같은 인물이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다른 인물이 비슷한 성격을 지닌 경우는 없다. 역시 인간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음이 분명하다. 그의 작품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빛나는 것은 이러한 개성존중 사상이 탁월하게 겸비되었기 때문이다.(3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