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룩스 맥주 산책 - 트라피스트를 찾아 떠나는 유럽여행
이현수 지음 / 메이드마인드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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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베네룩스 맥주 여행을 꿈꾸며... ‘인생양조’는 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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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말레 Westmalle 수도원
프랑스 혁명 시기, 피신을 선택한 수도승들 중 일부는 이곳 베스트말레에 정착해 1794년 베스트말레 수도원을 설립하게 된다. 이후에 학교를 세우는 등 지역사회 성장에 기여하면서 거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었고, 대수도원으로 승격되면서 본격적으로 맥주를 생산했다. 그리고 1856년, 갈색 빛깔의 묵직한 듀벨 맥주를 탄생시켰고, 1934년에는 황금색의 트리펠 맥주를 추가하게 된다. (46p)

듀벨은 역시 듀벨스타일의 표준적인 특징인 캐러멜과 건포도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외관으로 봤을 땐 무거운 바디감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생맥주다운 신선한 청량감이 기분 좋은 인상을 주었다.
트리펠은 9.5%의 고도수임에도 불구하고 쓴맛이 없이 상큼한 과일향을 풍기며 부드럽게 넘어갔다. 하프앤하프는 맥주 이름 그대로 듀벨과 트리펠의 특색이 조금씩 섞여 있는 풍미였다.
(47p)

벨기에서도 홉재배로 이름난 이곳은 세인트 버나두스st. Bernardus 와 스트루이스Struise 등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들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가히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맥주, 베스트블레테렌을 생산하는 트라피스트 수도원도 여기에 있다.
(맥주의 이름은 서쪽을 의미하는 West와 지역 이름인 vleteren이 합쳐진 westvleteren이라는 마을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었다).

성 식스투스 Sint-Sixtus 수도원
1831년, 은둔생활을 하던 프랑스 출신의 한 수도승이 이주해 온 수도승들과 함께 성 식스투스 수도원을 설립했다. 다른 수도원들과 마찬가지로 기도와 노동의 삶을 이어오며 성장하였다. 1839년 이들은 영리가 아니라 오직 노동의 경건함을 추구하며 양조장을 설립하여 맥주 생산을 시작하였고, 이후 크게 성장하게 된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수도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맥주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현재도 다른 트라피스트 맥주에 비해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

(50-51p)

인드 브레이드 In de vrede
이번 베네룩스 맥주 여행에서 가장 기대해왔던 레스토랑은 바로 이곳 인 드 브레이드였다. 베스트블레테렌 맥주 3종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 블론드Blond, 8, 12로 구성되어 있으며 8과 12는 전 세계의 맥주 마니아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예전부터 광고는 물론이고, 병에는 어떤 라벨조차 붙이지 않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평판 높은 놀라운 맥주다. 특히 12는 이견 없이 세계 최고의 맛으로 꼽히며 맥주의 끝판왕으로까지 불린다. (51p)

참고할 것은 베스트블레테렌은 생맥주로는 생산되지 않는다는점이다. 레스토랑에서도 아주 차갑게 보관한 병맥주를 잔에 따른뒤 서빙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베스트블레테렌 만큼은 굳이 생맥주를 찾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병맥주로 마실 때 더욱 생생하고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맛본 베스트블레테렌 3종.
블론드는 5.8%의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를 가지는데, 상큼한 꽃향기를 품고 있어서 가볍게 음미하며 마실 수 있었다.
8과 12는 비슷한맥주 색깔처럼 맛도 유사했는데, 8이 조금 더 응축된 상태가 12가 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실크처럼 부드러웠으며, 글로 쉽게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도수가 10.2%나 되는 12는 이상하리만치 알코올의 쓴 맛이 느껴지지 않아 담백한 피니시를 가지고 있었다. (52p)

오벨지 드 포토프레 Auberge de Poteaupré 방문자센터
이곳은 시메이(Chimay)를 만드는 노트르담 드 스코몬트 수도원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1층에는 시메이를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과 상점 및 전시관이 있으며, 2층에는 작은 호텔까지 갖춰진 원스톱 공간이다. 시메이 맥주를 즐기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왔다면, 2층의 호텔에서 하루를 묵는 것은 당연지사. (54p)

시메이 맥주의 기본 라인업 4종류를 모두 이곳에서 생맥주로 맛볼 수 있다.
첫 주문은 고민할 필요 없이 4종 샘플러를 추천한다. 바로 캣타워처럼 생긴 트이에 샘플러가 서빙되기 때문인데, 트레이를 보자마자 SNS에 올리고 싶은 욕구가 절로 들게 된다.
처음 맛본 맥주는 시메이 골드, 도레Doreé 라고도 불리는 엥켈Enkel타입이다. 수도승들이 마시기 위해 만든 엥켈타입을 아예 상품화하였으니 역시 시메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은한 꽃향기와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단맛이 느껴졌으며 낮은 도수답게 첫 맥주로 시작하기 알맞은 맥주였다.
이어서 루지Rouge 라고도 불리는 듀벨타입의 시메이 레드, 듀벨타입은 진한 갈색을 띠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장미꽃처럼 불그스름한 색을 지니고 있었다. 입안에 머금으니 고운 탄산감이 입안에 퍼지며 살구 같은 단맛이 느껴졌다.
그다음으로 선택한 시메이 트리펠은 밝은 황금색을 띠는 전형적인 트리펠타입으로, 몽실몽실한 거품이 인상적이었으며 알코올 향이 거의 없고, 상큼하고 화사한 꽃향기가 느껴져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갔다.
마지막은 대표맥주인 시메이 블루, 그랑 서브(Grande Réserve 라고도 부리는 쿼트루펠 타입으로서, 알싸한 향이 입안을 감돌았으며 진한 색상답게 검붉은 과실의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55-56p)

노트르담 드 스코몬트 Notre Dame de Scormont 수도원
시메이 맥주를 만드는 노트르담 드 스코몬트 수도원은 베스트블레테렌 수도원에서 온 수도승들에 의해 설립이 되었다(이만하면 맥주애호가들은 이 수도승들에게 참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스코몬트라는 동네는 원래 황량한 곳이었지만, 농장을 비롯해 양조장과 치즈공장을 지으면서 지역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한다. (58p)

일반적인 맥주와는 다른 특별함이 매력인 트라피스트,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답은 바로 엥켈Enkel 이다. 판매가 아니라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마시기 위한 용도이다 보니 시중에서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수도원 상점이나 근처 레스토랑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맥주인 셈이다. 때문에 수도원에서 엥켈을 발견한다면 우선적으로 구입하거나 맛봐야 하는 희귀 맥주다. (다만 가장 상업적인 트라피스트라 불리는 시메이는 엥켈 스타일인 시메이 골드 Chimay Dorée를 시중에 출시하고 있으며 국내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수도원 맥주라고 하면 흔히 2,3,4를 의미하는 듀벨, 트리펠, 쿼드루펠을 떠올리게 되는데, 가장 하위 단계인 1을 의미하는 스타일이 바로 엥켈이며 싱글 single 이라고도 부른다.
4.5%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니며 가벼운 황금색을 띠고 있다. 벨기에 맥주 중에서 마시기 편한 스타일인 벨지안 블론드와 유사한 풍미지만 벨지안 블론드의 도수는 6% 정도이니 엥켈이 좀 더 가볍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가볍게 마시는 맥주이니만큼, 트라피스트 맥주에서 떠올리는 깊고 진한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특별함이 있는 트라피스트 맥주 중에서도 가장 구하기 어려운 엥켈 스타일을 맛보았다는 것 자체에 기쁨을 얻는 것이 어떨까. (60p)

시메이 호텔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 로슈포르 Rochefort 맥주를 만드는 노트르담 드 생레미 수도원에 도착하였다. 트라피스트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1595년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소수의 수도승에게 도제식으로 양조법을 전수해오고 있다니, 이 정도면 무형문화재가 아닐까.
로슈포르 맥주에는 총 3가지가 있는데, 이름은 숫자로 6, 8, 10이다. 로슈포르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세 가지 맥주 모두 레시피가 동일하다는 것. 수도원내에 있는 우물의 물을 사용해 양조하며, 숙성과 취급 방법에 따라 각각 다른 맛과 도수를 갖게 된다.
로슈포르 6의 도수는7.5%, 8은 9,2%이며, 10은 트라피스트 맥주들 중에 가장 높은11.3%이다. 특히 쿼드루펠 타입의 로슈포르 10은 트라피스트맥주 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도수임에도 바디감은 놀랄 만큼 부담이 없다. 과일의 단맛과 쌉싸름한 애프터가 조화로움을 이루고, 천천히 올라오는 깊이 숙성된 맛이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62p)

노트르담 드 생레미 Notre-Dame de Saint-Remy
이 수도원은 아픔이 참 많은 곳이다. 17세기에는 전쟁으로 인한 침략을 받아 수도승들이 피난하였고, 기근과 역병을 겪었다.
프랑스 혁명 기간에는 수도원이 아예 팔아넘겨져 농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행히 1887년, 트라피스트 중 하나인 아헬 맥주를 만드는 수도원의 신부가 건물을 구입해서 복구하고 건물을 신축하였다. 1952년부터 양조장을 개조해서 본격적으로 맥주를 생산해 왔는데, 최근 또다시 사건이 터졌다. 바로 2010년대형화재로 수도원이 파괴된 것. 불행 중 다행으로 수도승들은무사했고, 양조장 역시 큰 피해는 없었다. 만약 이때 양조장이 불탔다면, 로슈포르 맥주를 지금은 마시지 못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생레미 수도원은 이번 여행에서 방문하는 8개의 수도원 중에서 가장 즐길거리를 발견하기 힘든 곳이다. 주변에 레스토랑이 없어 수도원에서 맥주를 마시는 묘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
다만 로슈포르 시내의 일반 레스토랑에서 로슈포르를 맛볼 수있기 때문에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62p)

어느 백작의 부인이었던 마틸다. 남편을 여읜 미망인이었던 그녀는 어쩌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낙심한 상태로 강가에서 주님께 기도를 드렸는데, 놀랍게도 그때 송어가 입안에 반지를 물고 물 밖으로 나타났다. 마틸다는 기뻐하며 ‘이곳이 황금계곡 Val d’Or = Valley of Gold 이구나!‘ 라고 외쳤고, 그 자리에 수도원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황금계곡을 뜻하는 Val d‘Or에서 따온 명칭인 Orval이 이곳의 지명이자, 수도원과 맥주의 이름이 된 사연이다.
황금계곡의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 로슈포르에서 약 1시간 반을 운전하여 오르발에 도착하였다. (65p)

어랑쥬 가르덴 A l‘Ange Gardien
오르발 수도원의 입구로 가는 길목의 한 건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로 오르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인 어랑쥬 가르덴이 있기 때문, 입구에는 깜찍한 송어 입간판이 반겨주고 있었다. (65p)

오르발 맥주는 기본적으로 한 가지 종류만 생산되며 호리병 모양의 디자인과 더불어 마구간 냄새 비슷한 독특한 풍미가 강한 인상을 준다.
오르발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는데, 바로 쿰쿰한 냄새 때문! 오르발에 사용되는 브렛Brett이라는 효모는 곰팡이 같은 쿰쿰한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오르발을 처음으로 마셔보는 사람이라면, ‘트라피스트 맥주들은 이렇게 이상한 맛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특한 향에도 불구하고 브렛 효모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될 정도로 맥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맥주 재료이다. (66p)

이 레스토랑에서는 두 가지 버전의 오르발 맥주를 판매하는데, 당해에 생산한 영Young오르발과 1년이 지난 올드Old오르발이 그것이다.
오르발은 병 속에서도 발효작용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이 변한다. 오래될수록 풍미가 고급스러워진다는 평이 많아 이곳에서도 올드오르발이 영오르발 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맥주 마니아들에게 쏠쏠한 재미인 비교시음을 위해 영오르발과 올드오르발 각 1병씩을 주문하였다. 올드오르발은 거품이 상당히 풍성하고 탄산감이 적게 느껴져 질감이 부드러운 반면, 영 오르발은 신선한 맥주답게 탄산감이 많고 질감도 거칠었다. 다만 고작(?) 1년 차이의 맥주인지라 뉘앙스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만약 10년 정도는 묵은 오르발을 마셔보면 훨씬 큰 차이가 느껴졌을 것이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오르발의 히든맥주를 판매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쁘띠오르발! Petit는 ‘작은 것‘을 의미, 이번 여행에서 맛본 트라피스트 맥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개인적인 평가로는 쁘띠오르발이다. 엥켈Enkel타입의 맥주로서 알코올 도수는 4.5도이며 황금색을 띠고 있는데,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고 오직 이 레스토랑에서만 마실 수 있는 아주 희귀한 녀석이다. 게다가 생맥주로 판매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검은 글씨가 새겨진 잔에 채워져 나오는 일반 오르발과 달리 쁘띠오르발은 초록색 글씨가 도드라지는 잔에 서빙되었다.
(66-67p)

오르발 Orval 수도원
오르발 수도원은 많은 시련을 겪어온 곳이다. 13세기에는 무려 100년 동안의 복구 작업이 필요했을 정도로 큰 화재를 겪었고, 17세기의 30년 전쟁과 18세기의 프랑스 혁명으로 여러 번 크게 파괴되기도 했다. 다행히 어느 가문이 폐허가 된 이곳을 구입해 수도회에 기부를 하면서 수도원을 재건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르발 수도원은 내부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별도의 유료 관람 코스가 있다 2018년 기준, 성인 6유로, 빠르게 둘러봐도 1시간은 족히 걸릴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입장료를 지불하는 곳에 상점이 있는데, 전용잔과 오프너 등 몇 가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오르발 병 모양의 오프너는 가격도 2유로로 저렴하기 때문에 선물로 제격이다. (68p)

룩셈부르크에서 약 3시간 운전해 아헬 수도원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흥미롭게도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국경 사이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큰 강이나 산이 아닌 바닥에 그려진 줄 하나가 국경선이 된다니 무척 신기하다.
1648년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로 인해 네덜란드에서는 구교인 가톨릭의 예배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 국경을 살짝 넘은 곳에 예배당을 만든 것.
이는 점차 발전하면서 수도원이 되었지만 곧이어 일어난 프랑스 혁명으로 파괴되고 만다. 이후 베스트말레의 수도승들이 이곳을 재건하면서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또다시 파괴되었고, 구리 공급을 위해 양조시설마저 해체되었다. 다행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도원이 재건되었고, 베스트말레와 로슈포르 수도승들의 도움으로 새 양조장을 건설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맥주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71-72p)

아헬 Achel 수도원과 레스토랑
아헬 수도원은 내부 관람이 불가하고, 예배당도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수도원의 한켠에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광장이 있는데, 이곳에는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레스토랑과상점이 위치해 있기 때문!
아헬 맥주의 대표적인 두가지 종류는 바로 8%도수의 블론드 Blond와 브륀Bruin이다(블론드와 브륀은 짝궁처럼 같은 도수로 함께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블론드 타입이라고 하면 보통 6~7%의 도수를 가진 청량한 느낌의 맥주를 일컫는데, 아헬의 블론드는 도수가 8%인데다가 풍미와 향이 더 진하고 묵직한 감이 있어서 일반적인 블론드와는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또한 브륀은 브라운이라는 의미처럼 갈색을 띠며, 맥아의 탄 맛과 구수함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아헬 레스토랑에 방문한다면 8%의 대표맥주가 아닌,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저도수의 생맥주를 마셔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71p)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는 이유로 ATP 인증을 박탈당한 이력이 있는 맥주, 전통을 그대로 지켜가면서도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 바로 라트라페다.
프랑스에 있는 지명을 그대로 이름 붙인 라트라페는 네덜란드 틸부르흐Tilbrug에 위치한 코닝스호벤koningshoeven 수도원에서 생산되고 있다.
코닝스호벤 수도원은 1881년, 황무지에 가까웠던 이곳에 프랑스로부터 피난 온 수도승들이 정착하면서 건설되었다. 그리고 수입원이 필요했던 수도승들은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점차 인기를 얻게 되면서 양조장을 확대하여 생산량을 점차 늘려갔고, 마침내 벨기에를 대표하는 맥주회사 스텔라 아르투아와협업하기 시작했다.
이후 신제품 출시, 양조장 현대화 과정을 거쳐 1999년에는 네덜란드의 대형회사인 바바리아사와 계약을 맺고 자회사를 만들어 대량 생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처럼 너무나 상업적으로 변했다는 이유로 ITA는 라트라페의 ATP인증을 박탈해버리고 만다. 다행히 2005년, 수도승들이 맥주 생산에 더 많이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ATP 인증을 되찾게 된다.
아헬 수도원으로부터 1시간 정도 운전하여 틸부르흐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하였다. 체크인 후, 20분 정도 걸어가니 마치 중새의 요새 같은 수도원 입구의 모습이 보였다. (76p)

프루플로칼 Proeflokaal
상점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레스토랑이 보인다(레스토랑 입구에는 테이스팅룸이라는 뜻의 Proeflokaal라고 표기되어 있다). 건물 외관은 다소 허름하지만, 내부는 최고급 라운지바의 분위기가 흐른다. 세련된 그림들, 탁자에 놓인 꽃병과 은은한 조명 속 양초들이 이러한 느낌을 더한다.
라트라페 맥주의 라인업은 총 9가지이며, 트라피스트 맥주 중에 가장 많은 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78p)

그중 8가지를 이곳에서 생맥주로 맛볼 수 있다니! 가히 트라피스트 최고의 펍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역시나, 나는 이미 맥주 메뉴판에 나열된 순서대로모든 맥주를 주문하고 있었다.
먼저 푸어PUUR와 윗witte을 골랐다. 푸어는 고품질의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서 유기동 인증까지 받은 맥주로,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맥주에 건강한 이미지 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4.7%의 낮은 도수로 부드럽게 넘어갔으며 맛도 깔끔하고
청량했다. 윗은 벨지안 윗비어 스타일로, 트라피스트 가운데 유일한 밀맥주인 것이 특징이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디감과 은은한 바나나향이 입맛을 돋우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79p)

이어서 맛본 블론드Blond와 듀벨Dubbel, 블론드는 달콤하면서도 쓴맛이 매력적 이었고, 듀벨은 캐러맬과 말린 과일향이 함께 느껴졌다.
다음은 복비어Bockbier와 이시도르Isid’or. 복비어는 트라피스트 맥주 중에서 유일한 복Bock 스타일의 맥주로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쓴맛이 매력적이다. 이시도르는 수도원 양조장의 첫 브루마스터였던 이시도르 형제를 기리는 맥주로 호박색을 띠는 것이 독특하였다.
이어서 트리펠Tripel과 쿼드루펠Quadrupel. 트리펠은 여느 트리펠 스타일처럼 꽃향과 함께 달콤한 과일 향이 느껴졌다. 쿼드루펠은 진한 캐러맬과 건포도 향께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향미가 살아있으면서 진득한 느낌이 목젖을 어루만져 준다. (80p)

마지막을 장식한 쿼드루펠 오크에이지드. 생맥주로 마신 이전의 맥주들과 달리 병맥주로만 마실 수 있었다. 오크통에 숙성한 맥주답게, 입에 머금는 순간나무의 느낌이 담긴 진한 위스키 향이 혀를 휘감았다. 맥주에서 느껴지는 위스키향이라니, 이 독특한 풍미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잔을 모두 비웠다.
‘9가지 맥주 맛보기‘라는 목표를 완수했다는 만족감을 품고 수도원을 나오니 방금 전까지 보지 못했던 수도원의 아름다운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노을이지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잃어버리고 있었던 일상의 잔잔한 여흥이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81p)

1. 칸티용 - 람빅맥주의 최고봉
2. 모에더람빅 - 브뤼셀 1 등 펍
3. 누엣니지너 - 벨기에 음식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곳
4.,데릴리움 카페 -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맥주 종류를 취급하는 것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브뤼셀 최고 인기 펍
5. 드리 폰타이넌 - 칸티용과 더불어 람빅 맥주의 양대산맥
6. 오드 비어셀 - 전통 람빅맥주의 강자
7. 도스트 -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펍
8. 앙커 - 벨지안에일의 정수인 카롤루스 맥주를 만드는 곳
9. 보스틸스 - 손꼽히는 세가지 맥주를 만드는 곳
(84p)

(Cantillon) 투어코스를 마치고 나면 맥주 두 잔을 마실 수 있는 시음코너가 기다리고 있는데, 람빅, 크릭, 괴즈가 준비되어 있었다.
비교 시음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아무것도 섞이지 않고 1년 정도 숙성된 람빅과 2~3년 정도 숙성된 올드람빅에 1년 정도 숙성된 영람빅을 섞은 괴즈를 선택해보았다.
람빅은 시큼한 특색이 강하였고, 괴즈는 람빅에 비해서 안정된 맛이 느껴졌다.
(87p)

람빅(Lambic)은 어떤 맥주일까.
일반적으로 맥주를 분류한다면 하면발효(발효 후 효모가 가라앉는 형태)의 라거와 상면발효(발효 후 효모가 상층부에 뜨는 형태)의 에일로 크게 나뉜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분류를 더할 수 있는데, 바로 자연 발효 방식인 람빅이다.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효모를 직접 투입하여 만드는 라거/에일과 달리, 람빅은 공기에 맥주를 노출시켜서 야생효모와 각종 미생물을 받아들인 뒤, 오크통에 넣어 6개월에서 3년까지 보관하면서 숙성을 시 킨다.
이러한 생산 방식에 적합한 미생물들이 브뤼셀 남서쪽의 마을 렘비크의 대기 중에서 많이 발견되어서 람빅lambic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람빅은 홉의 특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이 맛의 특징으로, 오랜 기간 보관해야 하는 람빅의 특성상 홉의 역할 중 풍미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고 방부효과만 필요하여 의도적으로 말라버린 홉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90p)

람빅은 크게 스트레이트 람빅Straight Lambic, 괴즈Gueuze, 프룻 람빅Fruit Lambic으로 나뉜다.
보통은 서로 다른 오크통에 숙성된 맥주를 섞는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하는데, 섞지 않은 하나의 오크통에서 나온것을 스트레이트 람빅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언블렌디드 람빅unblended Lambic 이라고도 한다. 시중에는 거의내놓지 않기 때문에 양조장을 방문했을 때 즉석에서 맛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괴즈는 람빅의 가장 대표적인 스타일로서 보통 1년 이하의 영람빅Young Lambic과 2~3년의 숙성을 거친 올드 람빅Old Lambic 섞은 것이다.
이렇게 섞인 맥주가 병에 들어간 뒤, 계속해서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풍미가 깊어지게 된다.
양조장마다 괴즈를 만들 때 사용되는 맥주의 연식이 다르고 섞는 비율 또한 차이가 나게 된다.
괴즈는 수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열광하는스타일로, 10년 이상 숙성된 괴즈는 상상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참고로 구하기 힘든 한정판 맥주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화이트웨일 White Whales: 흰 돌고래이라고 부르며, 그중에서도 람빅의 수요가 많아 맥주 거래 사이트에서는3천 달러 이상을 웃돌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람빅에 과일을 넣어서 추가적으로 숙성을 시킨것이 프릇 람빅이다. 어떤 과일을 넣느냐에 따라서 이름이붙는데, 라즈베리를 넣으면 프람브와즈Framboise, 복숭아는 페쉬
Péche, 블랙 커런트가 들어가면 카시스Cassis 라고 불린다. 전통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바로 체리, 크릭Kriek 이라고 부르며 빨간색을 띠면서 시큼한 체리 본연의 향이 느껴지고 괴즈에 비해 텁텁함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91-92p)

전통방식의 람빅 양조장은 칸티용(Cantillon), 드리폰타이넌 (3 Fonteinen), 오드 비어셀(Oud Beersel), 분(Boon), 틸퀸(Tilquin) 등 10여 곳이 존재한다. (93p)

벨기에 제2의 도시 안트베르펜(Antwerp)은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량의 60~70%가 이루어지는 보석의 도시이다.
또한 고딕 건축과 르네상스 미술을 자랑하는 곳으로 성모마리아 대성당, 루벤스의 생가, 중앙역 등 화려함을 뽐내는 예술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맥주여행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안트베르펜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얽혀있다.
셸드Scheldt강 근처에는 안티군 Antigoon이라는 거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강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았는데, 거절한 사람들은 손을 잘라 강에 던져버렸다. 그러던 중 실비우스 브라보 Sivius Brabo라는 로마 병사가 거인을 죽이고 그의 손을 잘라 강으로 던졌는데, 이 전설로 인해 손Hand을 뜻하는Ant와 던지다라는 의미의 werpen이 합쳐져서 안트베르펜 Antwerpen이라는 도시 이름이 지어졌다고한다.
이 전설은 안트베르펜 시청사 앞에 있는 실비우스 브라보 동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136p)

맥주 산책로
1. 쿨미네이터 -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맥주 성지
2. 빌리스 비어 카페타리아 - 맥주 축제를 주최하는 선도적인 펍
3. 골렘 - 훌륭한 햄버거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4. 오드아세날 - 100년이 다되어가는 안트베르펜의 터줏대감 5. 비어러버스 바 - 세련된 매력을 지닌 신흥강자
6. 드 코닉 - 안트베르펜을 상징하는 지역 양조장
(136p)

병입숙성 Bottle Conditioning
병입숙성은 맥주를 병에 담을 때 소량의 효모를 함께 넣어 병안에서 발효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공정이다.
맥주를 제조하며 발생하는 1차적인 발효과정에 더하여 병 안에서 2차적인 발효가 이어지게 만드는 것.
일반적으로 완성된 맥주는 살균 및 여과 작업을 거친 후 병이나 캔에 담기 때문에 쉽게 변질되지 않고 일정한 품질이 유지된다.
그러나 병입숙성된 맥주는 병 속의 효모가 계속해서 활동하면서 맥주의 풍미를 변화시키고, 발효과정 중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맥주에 녹아들면서 탄산감을 만들어 맥주에특징 있는 변화가 일어나게 한다.
특히 벨기에에서는 전통적으로 병입숙성 기법을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와인생긴 큰 병에 담겨있는 맥주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완벽히 밀봉되도록 코르크마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병입숙성은 주로 높은 도수의 맥주에서 활용되알코올의 향은 줄어들고 더 깊은 풍미를 만들어 낸다. (144p)

IPA와 같이 홉의 신선함이 중요한 맥주는 보관 기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떨어지지만, 벨기에 맥주는 대체로 홉이 보조적인 역할만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있어서 병입숙성을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유통기한이 긴경향이 있는데, 벨기에 맥주들의 상당수가 높은 도수를 갖고 있어 병입숙성 기법을 활용하기 상당히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람빅의 경우에는 5% 정도 도수임에도유통기한이 20년인 맥주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벨기에 맥주들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오르발 수비스토랑에서는 올해 생산된 것보다 1년 이상 지난 맥주를 비싸게 판매하고 있고, 여러 펍에서도 같은 맥주라도 오래된 것이 더 고가인 편이다. 또한 생산연도를 병에 표기하거나, 맥주 이름에 오래 되었다는 의미의 이름을 붙여 강조하기도 한다.
안트베르펜의 쿨미네이터에서는 30년 넘게 숙성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라벨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음에도 판매가 되는 것이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체험일 것이다.
(145p)

Gent헨트
유럽을 제패한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5세의 고향으로 알려진 헨트, 중세시대에는 북유 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부유한 도시였다. 중세시대의 유적이 가득한 운하의 도시이기에 조금 느린 걸음으로 이곳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맥주 산책로
1. 그루트 - 홉 대신 그루트라는 허브를 사용하여 만든 중세시대풍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
2. 드홉 듀벨 - 전 세계 최고의 맥주 마켓
3. 브릿지 브라세리 - 헨트 전통 요리와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
(162p)

그루트Gruut는 ‘허브 혼합물‘을 뜻한다.
중세시대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허브, 즉 그루트를 사용해 맥주를 만들었는데, 홉이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잊혀 지게 되었다. 홉이 더 저렴하고 방부효과도 탁월했을뿐더러, 일부 허브는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세시대 헨트는 강을 기준으로 두 구획으로 나뉘었는데, 프랑스의 통치를 받은 왼쪽 지역에서 그루트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164p)

Bugge브뤼헤
역사 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역사가 가득한 도시 브뤼헤. 물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많은 운하가 시내까지 들어와 중세시대부터 교역이 크게 발달하면서 성장한 도시이다.

맥주 산책로
1. 드 할브만 - 반달 모양이 상징인 브뤼헤를 대표하는 양조장
2. 브룩스 베어트예 - 3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브뤼헤 1등 펍
3. 카페 로즈 레드 - 빨간 장미꽃에 둘러싸여 맥주를 마시는 곳
4. 캄브리누스 - 훌륭한 요리와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5. 스트루이스 비어샵 - 최고의 브루어리 중 하나인 스트루이스의 직영 매장
6. 르 트라피스트 - 동굴 같은 지하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펍
7. 부르고뉴 데 플랜더스 - 운하에 위치한 도심 속 운치 있는 양조장
(180p)

스트라페 헨트릭의 트리펠과 쿼드루펠, 드 할브만(De Halve Mann) 양조장은 가족이 대를 이어서 운영해오고 있는데, 구성원 중 많은 사람의 이름이었던 Henri와 강하다는 의미인 Straffe(영어로 Strong)을 붙여서 Straffe Hendrik라고 이름을 지었다. 1981년 이벤트 성격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정식제품이 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병맥주로 제공되었지만 이 맥주를 만드는 현장에서 마신다는 것으로 충분한 즐거움이 있었다. 꽃과 과일향이 특징인 트리, 검붉은 과일향과 묵직함이 특징인 쿼드루펠 스타일의 정석과 같다고 할까.
블론드와 듀벨을 담당하는 조트(Zot), 트리펠과 쿼드루펠을 담당하는 스트라페 헨드릭을 보니 마치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의 구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83p)

유럽에는 감브리너스Gambrinus라는 맥주 왕King of Beer의전설이 내려온다. 검 대신 맥주잔을 들고 있는 친근한 왕이니 만큼 맥주 브랜드에 많이 사용되는 데, 체코에는 동명의 인기 맥주가 있고, 여러 맥주 의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날의 마지막 목 적지 캄브리누스(Cambrinus. 감브리너스 왕의 첫글 자를 의도적으로 G에서 C로 바꾼 것인지는 모르겠으 나)는 카페 로즈 레드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걸어서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193p)

포페린게 Poperinge
포페린게는 프랑스 국경과 맞닿은 외곽의 작은 지역이지만 벨기에의 대표적인 홉 생산지로서 세계적인 양조장들이 위치하고 있다. 세인트 버나두스, Beriatus 브루어리를 비롯, 홈멜비어 Hommerbier로 유명한 밴 에크Van Eecke 등 다섯 곳 이상의 브루어리가 있다.
또한 포페린게와 바로 인접한 지역인 블레테렌 Vleteren에는 세계 최고의 맥주라 불리는 베스트블레테렌을 만드는 식스투스sint-Sixtus 수도원, 그리고 벨기에 최고의 브루어리로 손꼽히는 스트루이스 Struise 도 자리하고 있다.
벨기에 대표 홉 생산지답게 홉 박물관까지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홉의 역사, 경작, 수확, 가공 등에 관한 볼거리로 가득하며 약 1900개에 달하는 벨기에 맥주 컬렉션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매년 10월 말에는 이틀에 걸쳐 맥주 축제가 열린다. 20여 곳 이상의 브루어리가 참가하고 약 100가지의 맥주를 경험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2500여 명이 참가하는 작지만 알찬 축제이다.
진정한 벨기에 맥주 마니아라면 벨기에 4대 도시 이외에 꼭 챙겨봐야 꼭 챙겨봐야 할 작은 도시, 포페린게를 기억하자.
(200p)

세계 최고의 맥주라 불리는 베스트블레테렌의 오리지널 양조법과 레시피, 노하우 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존재한다면? 포페린게의 작은 마을 와토우Watou에 위치한 세인트버나두스(St. Bernardus) 브루어리에는 이와 얽힌 흥미로운 역사가 있다.
1900년대 초, 반기독교 정책으로 프랑스 몽데캇의 수도승들이 와토우 지역으로 피난을 왔고, 수도원 경영을 위해 치즈를 생산하였다. 이후 몽데캇의 종교역할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갔는데, 치즈공장은 그대로 남아 드 코닉 Evarist Deconick이라는 사람에게 인수되었다. 마침 근처 식스투스 수도원에서 대중에게 판매할 용도로 맥주를 만들어줄 곳을 찾고 있었고, 낙점된 곳이 바로 이 치즈공장이었 다. 식스투스 맥주의 라이선스뿐만 아니라 모든 레시피를 몽땅 전수받으며 버나두스 부루어리 Brewery St. Bernardus 가 설립된 것이다.
(204p)

버나두스 브루어리는 라이선스가 종료되는 1992년까지 약 46년간 식스투스라는 브랜드로 맥주를 만들었다. 이후 트라피스트 협회의 규칙에 따라 더 이상 식스투스라는 브랜드를 쓸 수 없게 되자, 라벨에 그려진 수도승의 예복과 모자까지도 벗어야만 했다.
여기에는 반전이 있는데, 버나두스 브루어리는 식스투스 수도원에서 전수받은 효모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반면, 식스투스의 베스트블레테렌은 베스트말레의 효모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진짜 베스트블레테렌 맥주‘는 버나두스에서 만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최상급 스타일로 분류되는 쿼드루펠 타입인 베스트블레테렌12와 버나두스 앱12를 비교 시음하는 것은 맥주 마니아들에게 흥미로운 체험 코스가 되었다.
버나두스 맥주의 특징은 여러 스타일의 맥주를 출시하고 있고, 매년 시즈널 한정판도 나온다는 점이다. 맥주에 붙은 이름의 의미를 알면 재미있는데, 6%도수의 듀벨스타일인 Pater6에서 ‘Pater‘는 수도승을, 8%의 듀벨스타일인Priors의 Prior‘는 수도원 부원장을, 10.5%의 쿼드루펠 스타일인 Abt12에서Abt 는 Abbot의 줄임말로 수도원장을 의미한다. 참고로 브루어리의 이름인정 버나두스는 트라피스트의 전신인 시토회를 발전시킨 성인의 이름이다.
(205p)

포페린게에는 버나두스 외에도 꼭 방문해 봐야 할 브루어리가 있는데, 바로 명품 브루어리라 불리는 스트루이스(Struise)이다.
매년 세계 최고의 브루어리로 꼽힐 정도로 훌륭한평가를 받고 있는 이곳은 설립자가 원래 타조농장을 운영했다. 그래서 타조를 의미하는 방언을 따서 브루어리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01년에 문을 열어 벨기에의 다른 브루어리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페넷포트는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 모두 최상권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 있는 곳이다. (206p)

기본 재료 역할을 하는 패넷포트를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 14개월 숙성한 패넷포트 리저브Pannepot Reserva 와 패넷포트 리저브를 다시 10개월 이상 칼바도스 오크 배럴(사과 브랜디를 만드는 나무 통)에 숙성한 패넷포트 그랑 리저브pannepot Grand Reserva가 매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또한 검은 저주를 의미하는 블랙 댐네이션Black Damnation 시리즈가 있는데, 그중에는 놀랍게도 도수가 39%인 맥주도 있다. (최근 블랙 댐네이션이 국내에도 수입이 되고 있으며 가격은 한 병에 약 20만 원 선)이 외에도 10가지가 넘는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브루어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양조장 한켠에는 약 30여 가지의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다만 토요일 14~18시에만 오픈을 하기 때문에, 여행 일정이 맞지 않는 이상 방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만일 토요일에 포페린게에 방문하는 일정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방문하길 바란다. 또한 브뤼헤에는 성혈예배당 옆에 스트루이스의 출장 매장 비어샵이 있는데, 목, 금, 토 12~18시에 문을 연다. 이 날짜에 맞춰 브뤼헤에 방문한다면, 스트루이스 비어샵에 가서 생맥주를 맛보고 스트루이스의 다양한 맥주를 구경해보는 건 어떨까. (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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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가진 문제는 수탈자들을 어떻게 수탈할까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시스템 안에서 산업화한 사회에 재산을 수탈당한 대중이 재산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태를 조정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거예요.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대안은 틀렸어요. 그것들이 어느 곳에서도, 어떤 식으로건 순수한 국가 형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세상에는 서로 다른 모자를 쓴 쌍둥이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193/297p)

동독에서는, 사회주의로부터 도출된 게 결코 아니라 덴마크와 이스라엘에서 가치가 입증된 일종의 협동 시스템이 ‘사회주의적’ 경제 시스템에 구축돼 들어갔고 시스템을 굴러가게 만들었어요. 유고슬라비아의 공장에는 ‘자주 관리self-management 시스템’이 있어요. 이건─레닌이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고 했음에도─정통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독트린의 일부가 전혀 되지 못한 유서 깊은 ‘노동자평의회worker’s council’의 새 버전이에요.(혁명이 낳은 유일하게 진정한 결과물이자, 혁명 정당과 이데올로기와 구별되는 이 평의회는 바로 공산당과 레닌 자신에 의해 무자비하게 파괴됐어요.)
(197/297p)

동독의 협동조합들은 사유재산을 생산과 분배 수단으로서의 공유재산joint property에 대한 욕구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노동자평의회는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대신에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떼었죠. 두 사례 모두에서 개별 노동자들은 더 이상 원자화돼 있지 않고, 새로운 집단과 계급에 소속된 데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서 협동조합이나 공장평의회에 속해요.
(197/297p)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회주의는 진정 무엇이냐 하는 의문을 불러내요. 마르크스조차 그가 사회주의라는 말로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옳은 게 무엇인지 몰랐어요.
(201/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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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의 자유라는 게 사실상 무엇인지 생각해봐요.
대학은 젊은 사람들이 다년간 모든 사회집단과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을,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가능하게 해줘요.
(181/297p)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이런 발전들을 판단해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수탈은 정말이지 현대적 생산의 본질이고 사회주의는, 마르크스가 믿었듯, 자본주의에 의해 시작됐을 때처럼 산업화한 사회가 불가피하게 귀결하는 결과물일 뿐이라고. (190/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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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준데르트(Zundert)의 특징은 오직 한 종류만 있다는 것이다. 다른 트라피스트들은 세종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탈리아의 트라피스트 맥주인트레폰타네와 더불어 준데르트는 오직 한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인 오르발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한 종류이지만, 쁘띠오르발이라는 맥주도 생산하기 때문에 엄밀히 본다면 한 종류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준데르트 맥주의 도수는 8%이고 짙은 밤색을 띠며, 맥주가 담긴 병 안에서2차 발효가 일어난다.
(41p)

마리아 도프루프트 Maria Toevlucht 수도원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위기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프랑스의 가톨릭 교회들, 몽데캇 Mont-des-Cats 수도원은 수도승들을 파견해 피난장소를 물색하게 했고, 우여곡절 끝에 네덜란드 남부의 틸부르흐 지역의 코닝스호벤koningshoeven 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수도승들의 생계를 위해 맥주를 생산하게 되는데, 그렇게 시작된 맥주가 라트라페La Trappe 이다.
이후 코닝스호벤 성당에서는 다른 지역에 수도원을 추가로 설립하게 되는데, 그 수도원이 바로 준데르트 마을의 마리아 도프루프트 수도원, 그런데 이곳은 처음부터맥주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7년 소목장이 문을 닫은 뒤, 양조장을 건설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드 키비트 De Klevit 양조장이며,
2013년 12월부터 준데르트 맥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42p)

벨기에 제2의 도시 안트베르펜 영어식 표현은 앤트워프에서 불과 20km 떨어진 베스트말레. 벨기에 북부지역을 가리키는 플란더스 지방에는 말레Malle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의 서쪽을 베스트말레Westimale, 동쪽을 오스트말레 Oostimalle 라고 부른다. 즉베스트말레는 서쪽 말레를 뜻한다.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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