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
이를테면 남의 불행은 고소해하고 조롱하면서도 자신의 일이라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챙기는 채플린이 그렇고, 몸을 둘둘 말거나 늘 어딘가에 매달리는 버릇이 있던 해리 랭던이 그랬다. 그나마 버스터 키턴만은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향방을 알 수 없는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그런 표정을 보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메릴린 먼로가 이마를 찌푸린 채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고, 그 옆의 스탠 로럴이 독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화도 괜찮았다. (54/307p)
C’est la vie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란 많은 것을 허용받지 못한 삶이 아니던가! 나는 시계를 보고는 돈을 지불하고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36/307p)
개츠비(Gatsby), 그리고 그녀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완독했다. 책의 내용은 한 남자가 만(灣) 한쪽에 위치한 집 한 채를 사서,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만 다른 쪽의 집에 매일 밤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본다는 연애담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자기 감정에 충실했지만 그만큼 수치심도 느꼈다. 말하자면 여자의 사랑 행위가 노골적이고 대담해질수록 개츠비도 더욱더 비겁하게 행동했다. (21/307p)
유디트(Judith), 카라바조(Caravaggio) or 클림트(Klimt)
유디트의 결혼 전 성을 대자 비로소 그곳 직원이 투숙객 리스트에서 그녀의 기록을 확인해주었다. 그녀는 우편물을 추송(追送)받을 수 있는 아무런 주소도 남기지 않은 채 이미 닷새 전에 체크아웃한 상태였다. (19/307p)
현실
누군가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한동안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는 상황이 되면 종종 드는 생각이지만, (13/3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