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사람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무기질인 동시에
멈추고 듣고 느끼는 유기체.

살아 숨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귀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경청의 무릎으로 다가가
낯선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지친 손과 발을 가만히 씻기고 싶었다.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이 시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5년 3월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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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을 보존하고자, 먼저 사물에 가치를 부여했다. 사물의 의미를 창조한 다음에야 인간의 의미를 창조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인간’, 즉 평가하는 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97

평가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다. 들어라, 그대 창조하는 자들이여! 평가하는 것 자체가 평가된 모든 사물에는 보물이자 보석이다.
오직 평가를 통해서만 가치는 존재하게 된다. 평가가 없다면 실존은 속이 텅 빈 호두나 다름없다. 들어라, 그대 창조하는 자들이여!
가치의 변화, 그것은 곧 창조하는 자의 변화를 말한다. 창조하는 자가 되려는 자는 항상 파괴를 하는 법이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97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자와 곧 다가올 자에 대한 사랑이 이웃에 대한 사랑보다 더 고귀하다. 또한 사물과 유령에 대한 사랑도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 더 고귀하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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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법이 있습니다. 마지막 1,442번째 계단을 올랐을 때 인파의 감탄이 눈앞의 어둠을 밀어냈습니다. 서늘히 불어오는 바람이 눈앞에 푸른 캔버스를 밀어다 놓습니다. 시리게 내리쬐는 햇살이 캔버스 위에서 부서지며 빛의 입자로 채색합니다. 저는 눈동자 속에 푸른 하늘과 하늘빛으로 빛나는 호수를 그립니다. 저는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생동감으로 기억하고 감상합니다. 천지 앞에서의 냄새, 웅성이던 사람들의 소리, 피부에 닿았던 공기의 질감. 낯선 감각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 넓은 사고와 깊은 사유로 저를 이끕니다. 시력을 대신할 감각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저는 감사합니다.

-알라딘 eBook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 지음) 중에서 - P8

빗줄기가 온 힘을 다해 자동차를 두들겼다. 와이퍼가 정신없이 좌우로 움직였다. 조금 열어둔 창으로 물비린내와 옅은 연기 냄새가 들어왔다. 나는 축축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셨다. 떠나면서 가슴속에 구겨 넣었던 감정들이 천천히 씻겨 내려갔다.

-알라딘 eBook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 지음) 중에서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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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말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대개는 엄마일 겁니다. 아기는 아직 발성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엄마에 해당하는 단어에 두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질 때 나는 소리, 즉 발음이 가장 쉬운 자음인 미음(ㅁ)소리가 들어갑니다. 즉 아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엄마를 가장 먼저 발음할 수 있도록 언어가 설계되어 있는 것이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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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서 숙성시켜 먹는 음식으로 장아찌가 있지요. 장아찌는 ‘쟝앳 디히’가 변한 말입니다. 쟝앳에서 ‘쟝’은 간장을 말하고 앳은 눈엣가시에서와 같이 처격조사 ‘애・에’와 속격조사 ㅅ이 결합한 형태입니다. 즉 장아찌는 간장에 담근 지(김치)라는 뜻입니다. 단무지에 대해서는 무로 담근 김치라 하여 무지라 하였고, 단 맛이 강하다는 점에서 ‘단+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앞에서 이야기하였었지요. 섞박지가 예외이기는 하나 김치와 ‘지’는 고춧가루가 들어가느냐의 여부로 구분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현재는 대체로 고춧가루가 들어가면 김치, 그렇지 않으면 ‘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02

무를 한자어로 蘿[무 라(나)]자와 蔔(무 복)자를 써서 나복이라고 합니다. 이 나복의 발음이 바뀌어 나박이 되었습니다. 즉 무로 만든 김치라는 뜻에서 나복딤ᄎᆡ란 이름이 붙었는데 이것이 변하여 나박김치가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무만이 아니라 배추, 배, 미나리 등등을 넣어 만들고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03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단어가 왜 이렇게 생겨났는지 아는 일은 시대상에 따라 변화하는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자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일일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04

가령, 심지어, 물론, 감귤은 한자어에서 기원한 것임에도 고유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국수, 생각 등은 고유어임에도 한자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요. 외래어와 고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방, 망토, 조끼, 구두, 고무는 외래어이지만 고유어로 인식하는 일이 많고 비누, 멜빵, 에누리 등의 고유어는 외래어라고 인식하는 일이 흔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06

담배, 붓, 먹, 배추, 시금치 같은 단어들도 그러한데 이러한 단어들은 외래어임에도 고유어처럼 인식된다는 점에서 귀화어라고 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06

키오스크는 원래 신문이나 음료는 물론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개방형의 작은 건물이라는 의미가 더 근본적이지요. 원래 이 말은 궁전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kūshk가 튀르키예어로 들어가면서 köşk라는 말이 되었고 정원 등에 설치하는 작은 개방형 건물(우리식으로 말하면 정자)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유럽에 들어오면서 kiosk란 형태가 되었으나 의미는 역시 개방형 건물로서 터키풍의 정자를 뜻하는 말로 쓰였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15

우리가 쓰는 단어가 있기까지 변화를 들여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삶과 세상이 펼쳐집니다. 하나의 단어로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되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17

"ᄒᆡᆼᄌᆞ라고 부르는 것은 씻을 때 사용하는 천조각이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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