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센트럴파크를 지나 웨스트 100번대를 향해 계속 달렸다. 158번가에 이르러 흰 케이크처럼 길게 늘어선 아파트 중 하나 앞에 차를 세웠다. 윌슨 부인은 왕궁에 귀환한 여왕처럼 당당하게 이웃을 바라보면서, 강아지와 다른 물건을 들고 거만하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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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밖에 나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 부드러운 황혼 속에서 동쪽 공원을 향해 거닐고 싶었다. 하지만 나가려고 할 때마다 나를 로프로 묶어 의자에 다시 앉히다시피 하는 귀에 거슬리는 엉뚱한 논쟁들에 휘말렸다. 그러나 도시 위에 높이 줄지어 있는 노란 창문들은 어두워지는 거리에서 무심히 고개를 든 사람에게 틀림없이 인간의 비밀을 알려 주었을 것이다.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궁금해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끝없이 다양한 인생에 이끌리는 동시에 혐오감을 느끼면서, 나는 집 안에 있는 동시에 집 밖에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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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 밤마다 이웃집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츠비의 푸른 정원에서는 속삭임과 샴페인, 그리고 별빛 아래 남자와 여자들이 나방처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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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고, 칵테일의 파도가 바깥 정원까지 이어지자 잡담과 웃음소리, 즉흥적인 풍자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 자리에서 사람을 소개받고도 금방 잊어버리는가 하면, 서로 이름도 모르는 여자들끼리 신나게 떠들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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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양으로부터 기울어지면 불빛은 점점 더 환해진다. 이제 오케스트라가 선정적인 칵테일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의 오페라 같은 고음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맹랑한 말 한마디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대화를 나누는 그룹은 한층 신속하게 바뀌고, 새 손님이 도착하면서 빠르게 흩어졌다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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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츠비의 집을 처음 찾은 날 밤, 나는 정식으로 초대 받은 몇 안 되는 손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대부분은 초대장 없이 그냥 파티에 왔다. 롱아일랜드로 데려다 주는 자동차를 탄 뒤 좌우간에 개츠비 집 문간에서 내린 것이다. 일단 거기서 개츠비를 아는 누군가가 소개해 주면, 그 후에는 놀이 공원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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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들은 개츠비를 만나지도 않고 그냥 왔다 가기도 했는데, 그런 단순한 마음이야말로 파티에 지참해야 할 초대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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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식으로 초대받은 손님이었다. 토요일 이른 아침에 개똥지빠귀처럼 푸른 제복을 입은 기사가 주인의 공식 깜짝 초대장을 들고 내 잔디밭으로 건너왔다. 초대장에는 내가 그날 밤 그의 〈보잘것없는 파티〉에 참석해 준다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일 거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나를 몇 번 본 적이 있으며 오래전부터 나를 만나러 오고 싶었지만 복잡한 사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 아래에는 위엄 있는 필체로 〈제이 개츠비〉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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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베이커가 집 안에서 나와 대리석 계단 꼭대기에 섰을 때, 나는 너무나 어색해서 술이나 마셔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녀는 몸을 뒤로 기댄 채 경멸과 흥미가 뒤섞인 눈길로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환영을 받든 못 받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려면 우선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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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진짜야. 속지도 있고 모두 다 있어. 혹시 마분지로 만든 멋진 장식용 서적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근데 하나같이 완벽한 진짜더라고. 속지도……. 아! 내 보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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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손에서 책을 빼앗아 서둘러 서가에 꽂았다. 한 권이라도 없어지면 서재가 전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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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즐거웠다. 핑거볼만 한 잔에 담긴 샴페인을 두 잔 들이켰더니, 눈앞의 광경이 뭔가 중요하고, 단순하고, 심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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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못 알아들은 듯 그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바로 개츠비예요.」 그가 불쑥 말했다.
「뭐라고요!」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 실례했습니다.」
「아는 줄 알았죠, 친구. 내가 집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 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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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 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다 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 그 미소는 영원히 변치 않을, 평생 네다섯 번이나 볼까 싶은 아주 보기 드문 미소였다. 영원한 세계를 잠시 보았거나 보는 듯한 미소, 당신을 위해, 당신에게 온 정신을 다해 집중하겠다는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만큼 당신을 이해하며, 당신이 믿고 싶어 하는 만큼 당신 자신을 믿어 주며, 당신이 전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인상을 정확히 받았다고 확인해 주는 그런 미소였다. 정확히 바로 그때 그 미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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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보기 좋게 팽팽했고, 짧은 머리는 매일 손질하는 것처럼 단정했다. 그에게 사악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가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다른 손님과 구별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유쾌한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그는 점점 더 빈틈없어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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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그 미소는 그가 늘 바라던 대로 내가 마지막 손님으로 남아 주어 무척 기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잘 가요, 친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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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대는 경적 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나는 돌아서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웨이퍼 과자 같은 달빛이 개츠비의 저택을 비추며 전처럼 멋진 밤을 만들었고, 아직까지 빛나는 정원의 말소리나 웃음소리보다 더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갑자기 창문과 큰 문에서 공허감이 밀려드는 듯했고, 현관에 서서 정중히 작별 인사를 하려 손을 흔드는 집주인의 모습이 아주 고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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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을 읽어 보면서, 지난 몇 주간 띄엄띄엄 일어난 그 사흘 밤의 사건들이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는 인상을 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번잡한 여름에 일어난 보통 일이었을 따름이고, 한참 뒤까지도 나는 아주 개인적인 일에 더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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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날씨가 좋으면 매디슨 가를 따라, 유서 깊은 머리 힐 호텔을 지나, 33번가 너머의 펜실베이니아 역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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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활기 있고 멋진 밤의 분위기, 쉬지 않고 명멸하는 남자와 여자, 자동차들이 호기심 어린 눈에 주는 만족감이 좋아졌다. 나는 5번가로 걸어 올라가서 군중 속에서 낭만적인 여자들을 골라 몇 분 동안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즐겼다. 아무도 모르고, 반대하지도 않을 일이었다. 가끔은 마음속으로 후미진 뒷골목 모퉁이에 있는 아파트까지 여자들을 따라가서는 그녀들이 뒤돌아서 내게 미소 지은 뒤 문을 열고 따뜻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매력적인 대도시의 황혼 속에서 나는 가끔 고독했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서도 고독을 느꼈다. 쇼윈도 앞을 서성이며 식당에서 외로이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가난한 젊은 사무원들, 인생과 밤의 가장 강렬한 순간을 낭비하고 있는 어스름 속의 그 젊은 사무원들에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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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베이커는 영리하고 약삭빠른 남자들을 본능적으로 피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녀는 어떤 규범에서 벗어날 생각을 전혀 못 하는 남자들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다. 그녀는 구제불능일 만큼 정직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원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세상을 향해 그 차갑고 오만한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단단하고 멋진 신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줄곧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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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본적인 미덕 가운데 적어도 하나쯤은 지니고 있다고 믿는데, 내게도 그런 미덕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정직한 사람 중에 나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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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적이 있다.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짙은 크림색에, 니켈 장식으로 반짝이고, 무지무지하게 긴 차체 안에는 모자 상자와 음식 상자, 공구 상자가 여기저기 뽐내듯 놓여 있고, 미로처럼 복잡한 앞 유리들이 태양을 여러 개로 반사하고 있었다. 여러 겹의 유리창 뒤, 온실 같은 초록색 가죽 시트에 앉아 우리는 시내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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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너무나 진부한 상투어들이라 머리에 터번을 두른 〈인형〉이 바늘땀마다 톱밥을 흘리며 불로뉴의 숲을 가로질러 호랑이를 쫓는 모습만이 떠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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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다리 위, 햇빛이 대들보 사이를 지나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계속 반짝였고, 강 건너로는 뉴욕 시가 흰 각설탕 덩어리처럼 솟아 있었다. 모두가 〈냄새 안 나는 돈〉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소망으로 세워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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