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봄이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이 문장 말고는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책이 1880년에 시작되었다는 것도(나중에 찾아보기 전까지는)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뭐, 그게 중요하다는 얘긴 아니다. 내가 읽은 소설들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던건 어릴 적뿐이었다. 이제 나는 중요한 것이 책에 서술된 허구의 사건들보다는 독서 중의 체험, 책 속 이야기가 일으키는 감정 상태,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들이라는 진실을 안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