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줄거리와 맥락과 본질은 유지되는데 디테일은 엄청난 변형이 이루어지고, 그 가운데 심지어 결말까지 바꿔 전하는 사람이 아예 없지 않았겠지요. 그것이 바로 세상에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게 된 까닭일 테고요.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 P99

단지 글자를 해독하는 것, 글자가 모여 이룬 낱말의 부유를 응시하고 낱말이 모여 이룬 문맥을 붙드는 것, 물을 머금은 빨래를 햇빛 아래 널어 말릴 때처럼 의미를 머금고 무거워진 행간을 털어서 밝혀내는 것까지. 그러는 동안 어떤 사람은 의미의 목록을 작성하여 분석하게도 되고, 나아가 그중 누군가는 의미의 무의미함까지 닿게 되기도 한다고요.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 P130

보스가 애호하는 듯싶은 셰익스피어를 빌려오자면 「리어왕」의 2막 4장에는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필요에 대해서는 이유를 따지지 말라. 아무리 비천한 거지라고 해도 하찮은 물건일지언정 필요 이상을 가지게 마련이며, 자연이 인간에게 필요 이상의 것을 허용치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짐승의 그것보다도 가치가 없어진다. 그건 두 딸이 아버지 리어왕의 수행 기사의 수를 줄이려고 할 때 리어왕이 분노와 슬픔 그리고 한탄을 드러내는 대사입니다.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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