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동안우리는 정의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이었다. 그것은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 모두를 의미할 수도 있었고, 공산주의자냐 자본주의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매일 밤 나는 체온을 유지하고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해, 낯선 사람, 창백한 어둠 속에서 내 옆에 누워 있는 또 다른 인간과우리를 이루려 했다. 처음에는 몸을 웅크리고 팔뚝과 정강이를 옆 사람의 등에 살포시 대곤 했다. 그리고 상대가 움찔하지 않으면, 천천히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감싸며 따뜻한 벽 같은 그의 등에 배를 댔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항하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