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은 개와 비슷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입고 싶은 것을 입고, 먹고 싶을 때 먹는다.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 정리도 하지 않고, 계속 꾸는 꿈을 꾸다 놀라서 깨어나는 바람에 유리잔을 넘어뜨려도 별문제가 없다. 사람들이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여러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꿈이다. 하지만 그에게 꿈의 의미를 설명해줄 사람도, 그를 꾸짖을 사람도, 돈을 벌어 집에 보탤 수 있도록 길모퉁이 가게에 가서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할 사람도 없다.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57

이제 막심은 혼자다. 아니, 개와 단둘이다. 그는 아까 지나쳤던 커다란 바위들로 다가가며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개는 해안에서 지켜보고 있다. 바위들이 미끄럽지만 막심은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계속 나아간다. 파도가 온몸에 튀는 걸 피해가며 최대한 멀리까지 나아간다. 그러면서 광대한 공허 같은 바다를 내다보며 그 섬을 눈으로 찾는다. 어쩌면 일본까지도.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63

막심은 미소 짓는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는 모래사장 쪽으로 다시 뛰어간다. 해변은 개를 빼고는 텅 비어 있다. 이제 별들이 보이고, 해 질 무렵의 바다는 짙게 물결치고 있다. 막심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바다의 이상한 힘을 느낀다. 그는 개에게 묻는다. "이다음은 뭐지?"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64

막심은 아버지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있지 않다. 오는 길에 마주쳤던 두 남자를 떠올리고 있다. 그 더플백. 막심을 보고 씩 웃던 한 남자. 그들이 쓰던 언어의 억양. 니브흐족.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76

바실리가 말을 잇는다. "그거 아니? 그자들이 하는 일이라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세상은 달라지는데, 그리고 언제나 달라질 텐데, 그자들은 언제나 똑같을 거야. 왜 그런지 아니? 고집 센 바보들이니까."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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