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희망이 허락된 종교적 열망, 과학의 성배였다. 우리의 야망은 높고 낮게 흘렀다?창조신화의 실현을 위해서, 기괴한 자기애적 행위를 향해서. 그것이 실현 가능해지자 우리는 결과야 어떻든 욕망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가장 고결하게 표현하자면, 우리의 목표는 완벽한 자신을 통해 필멸성에서 벗어나 신에게 맞서거나 심지어 신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보다 실용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개선된 형태의 더 현대적인 자신을 고안하여 발명의 기쁨, 지배의 전율을 만끽할 작정이었다. 20세기의 가을에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다. 해묵은 꿈의 실현을 향한 첫 발짝. 우리가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우리의 가장 단순한 행동과 존재방식에 대한 설명조차 아무리 불완전하고 어렵다 해도 우리가 모방과 개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될 긴 가르침의 서막. 그리고 나는 그 쌀쌀한 새벽에 한 청년으로, 열성적인 얼리어답터로 거기 있었다.

-알라딘 eBook <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중에서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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