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예외 없이, 다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제 스스로를 정직한 인물로 여긴다는 점은 오랫동안 명보를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을 때면 깜짝 놀랄 만큼 영리하고 교활해졌으며, 너무도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리느라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269
하지만 정호는 뭔가 달랐다. 이 야수 같은 젊은이가 숨 한번 돌릴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그의 내면에는 견제와 균형, 이해득실에 따라 작동하는 구조 자체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정호가 이 세상의 나머지 사람들과 달라 보이는 주된 이유였다. 그처럼 단도직입적인 성격에 그가 지닌 거칠고 강렬한 기운이 더해져, 많은 부하들로 하여금 그를 따르게 할 뿐 아니라 제 목숨까지도 내놓을 만큼 그를 존경하고 신뢰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고 명보는 생각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269
옥희의 발치에 물웅덩이처럼 고인 가로등의 찬란한 빛살이 황금빛 광채를 되쏘아 그를 따스한 빛 속에 일렁이게 했다. 한철은 그 사랑스러움에 경외감을 느낀 나머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옥희가 자신에게 발휘하는 영향력을 애써 막아보기라도 하려는 듯, 그는 짐짓 천천히 인력거를 끌어 옥희에게 다가갔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03
가로등이 옥희의 왼쪽으로 빛을 비추어 그리 넓지 않지만 맵시 있는 그의 이마, 윤기 나는 눈꺼풀의 가장 높이 솟아오른 부분과 콧날, 그의 왼쪽 광대뼈까지 온통 반짝이게 했고, 얼굴의 오른쪽 측면에는 짙은 음영을 드리웠다. 그러다 마침내 한철을 발견하자, 해가 떠오르기 직전 온 하늘에 분홍빛이 번지듯 옥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그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가득 안고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마치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언어가 가득하던 밤새들의 노랫소리처럼.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12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사랑을 온전히 주는 것, 혹은 받기만 하는 것으로 양극화하기 마련이다. 사랑을 철저하게 이타적인 보살핌으로 이해하는 여자들과 사랑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든 혜택을 얻지 못하면 이를 견디지 못하는 여자들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한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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