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달걀을 본다. 나는 단 한 번의 시선으로 부엌 탁자의 달걀을 응시한다. 그리고 즉시, 인간은 달걀을 볼 수 없음을 깨닫는다. 달걀을 본다는 행위는 결코 현재 상태로 유지될 수 없다. 내가 달걀을 보자마자, 달걀은 즉시 3천 년 전에 목격된 달걀이 되어버린다. — 달걀을 시선에 담는 바로 그 순간, 달걀은 이미 달걀에 대한 기억에 불과하다. — 이미 달걀을 보았던 자만이 달걀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 지금 달걀을 본다면, 너무 늦었다. 목격된 달걀은 상실된 달걀이다. — 달걀을 본다는 것은, 언젠가 궁극적으로 달걀을 보게 되리라는 언약이다. — 더 이상 잘게 쪼갤 수 없는 초미립 응시. 만약 진실로 생각이 존재한다면. 그런데 생각이란 없다. 있는 것은 달걀이다. — 응시란 불가결한 도구이며, 나는 그것을 한 번 사용한 다음 던져버린다. 대신 달걀은 계속 간직한다. — 달걀은 자아가 없다. 달걀은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달걀과 닭>,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9e87155ba91460f - P10